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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엔론의 교훈 '회계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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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엔론의 교훈 '회계투명성'

입력
2002.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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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미국 언론에서는 단일 기업사상 최대 규모인 엔론의 몰락이 테러와의 전쟁을 밀어내고 일면 머릿기사를 장식하고 있다.1985년에 설립된 엔론사는 에너지 관련 상품거래로 초고속 성장한 주식시장의 스타기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가을 특수목적 자회사에 숨겨 놓은 엄청난 규모의 부외부채가 밝혀지면서 신용이 급격히 추락하여 부도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엔론의 분식회계에 직접 관련된 경영진과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 추궁은 물론이고 미국의 회계 및 외부감사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이 심도 있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부감사를 맡은 앤더슨 회계법인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엔론의 창립시부터 감사를 맡아온 앤더슨은 엔론에 대해 컨설팅업무까지도 수행하고 있다.

작년에 엔론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이 5,200만 달러나 된다. 이로 인해 회계감사의 객관성이 결여되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에 앞서 엔론 관련 문건을 폐기하여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SEC는 회계법인의 이해상충을 우려하여 감사업무와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는 것을 금지하려 했으나 회계법인들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엔론 사태로 어떤 형태로든 제약이 가해질 전망이다.

회계법인이 감사수임료를 감사대상인 회사로부터 받는 한 근본적인 이해상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5년이나 7년마다 강제로 감사인을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회계법인에 대한 규제는 업계자율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최근 SEC는 강력한 제재력을 가진 독립적인 기관을 설립하여 회계법인에 대한 규제를 담당할 것을 제안하였다.

엔론의 엉터리 회계수치는 회계기준의 미흡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크다.

부외부채 문제도 부실한 회계기준 때문에 가능했다. 엔론은 지난 해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의 7대 기업이다.

이 역시 부실한 회계기준을 이용한 마술이다. 매출액을 거래 총액이 아닌 수수료 기준으로 한다면 매출액 1,010억 달러의 7위가 아닌 매출액 63억 달러의 287위로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회계제도는 어떠한가. 엉망이었던 외부감사 및 회계기준이 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국제적 정합성을 갖추도록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실행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느냐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공인회계사 수는 2001년 말 기준으로 13명이다. 이는 96년도의 선진국 평균 257명은 물론, 개발도상국 평균 35명보다도 훨씬 적다.

선진국에서는 공인회계사들은 회계법인 뿐 아니라 일반기업체, 컨설팅, 교육, 정부 등에 골고루 고용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체에 종사하는 회계사의 수는 약 14만명으로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수보다 1만명이 더 많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복잡해진 회계기준을 적용하려면 일반 기업체도 공인회계사를 많이 고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기업체에 고용된회계사는 극히 적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연결이나 결합재무제표는 고사하고 기본 재무제표 중의 하나인 현금흐름표도 내부 인력으로 작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공인회계사 시험에서는 예년의 2배 가까운 1,000여명을 뽑았다.

갑자기 인원이 들어 나자 취업이 안 되는 합격자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금감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해프닝이 있었다.

아직도 130명 정도가 자리가 없다고 한다. 최근 재정경제부는 공인회계사회 내에 실무수습과정을 상설화하고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회계전문 인턴사원제도를 도입하였다.

공인회계사의일시적인 수급불균형해소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적절한 조치로 생각된다.

전성빈ㆍ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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