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에 나온 전국 의사결의대회 영상을 본 사람들마다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한다.의약분업 시행을 둘러싸고 전국 의사들이 벌였던 폐업과 파업투쟁이 상기시킨 피해 의식 때문일 것이다.
그 자리는 1년을 넘도록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삼은 극한투쟁의 기치를 올렸던 곳이어서 사람들은 더욱 불안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의사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그토록 절박한 사정에 처해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갖 비리와 의혹사건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해가 바뀌자 기다렸다는 듯 임금투쟁이 기지개를 켜고, 선거를 의식한 이익 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 시끄러운 봄이 예고되어 있다.
이런 판에 기득권층인 의사들마저 묵은 이슈를 들고 나오니 혀를 차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의사협회 요구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의약분업 철폐를 내세운 그들은 국민건강 수호 투쟁위원회와 의료제도 발전특별위원회구성, 불법 의료행위 근절 특별기구 설립, 의료법 개악 철회 등을 결의했다.
이미 시행된 의약 분업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이다. 준비가 미진하기 짝이 없었고 밀어붙이기 식의 졸속 시행으로 국민의 불편과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도입해야 할 제도이고,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들었으니 이상적인 제도로 보완 발전할 수 있도록 의료계가 협조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문제도 파업을 풀기 위해 정부가 의료수가를 과도하게 올려준 것이 한가지 원인이었음을 인정한다면 정부에만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국민건강 수호와 의료제도 발전은 국민이 의료인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사항이고, 불법 의료행위 근절도 의료계 내부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마지막 한가지, 의료법 개정 철폐에 포인트가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 동결 및 인하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분업철폐 주장의 명분이 약하고 여건도 미숙이라는 의협 내부의 반대론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보험재정 지출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의사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하고, 값비싼 약을 많이 처방하는 병ㆍ의원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할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만일 이에 대한 반발이라면 의협은 우선 명분에서 패배하고 말 것이므로 신중한 선택을 하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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