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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 '잔인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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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 '잔인한 계절'

입력
2002.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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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군자동 다세대주택 1층 6,0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정광영(37)씨는 요즘 전세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다음달 말 계약이 만료되는데 집주인이 3,000만원을 더 올려달라고 통보해 온 것. 그는 주변의 전세5.000만원 하는 반지하로 옮겨야 할지 아니면 집값이 더 싼 다른 지역을 알아봐야 할지 걱정이다.

그는 “2년 전 반지하집을 탈출할 때 좋아하던 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다시 반지하로 돌아갈 수도 없고 낮에 아이들을 돌봐 주는 누이 집에서 멀리 이사가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아파트에 사는 김도형(金導炯ㆍ36)씨 가족도 7,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오른전세값 때문에 봄이 오는 것이달갑지 않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전세값이 가파르게 상승, 세입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평균0.07%대에 머물던 서울과 수도권의전세값 상승률은 현재 평균 0.74%로 10배가 넘게 뛰어 올랐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이사 수요가 많은 짝수해인 올 봄에는 전세값이 더욱 큰 폭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IMF사태당시의 ‘서울에서 서울 외곽으로’ ‘아파트에서 다세대 주택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서민 엑서더스’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산업연구원김태섭 책임연구원은 “강남발 집값 폭등현상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서민들도 집값에 맞춰 연쇄적으로 떠밀려 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진단했다.

그나마 오른전세값을 부담하면서 재계약을 하려고 해도 월세로 전환하려는 곳이 많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서울 양천구의 24평 아파트에사는 김인곤(35)씨는 1월말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3,000만원을 더 올리겠다고 해 부랴부랴 은행에서 3,000만원을 대출받았으나 지난주 갑자기 월세로 내놓겠다고 말을 바꿔 망연자실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1주일간 퇴근 후 집사람과 30곳이 넘는 부동산중개소를 돌아다녀 봤지만 물량이 하나도 없었다”며 “서울 외곽쪽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임대주택 중 월세의 비율은 2000년 11월 29%에서 2001년 12월 39%로 10%정도 상승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복음부동산정연종 대표는 “새로 집을 내놓는 사람들 중 70%이상은 월세로 내놓고 있어 월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씨는 또 “월세에 대한규정이 없어 집주인들이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다”며 “월세 금리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월세금리를11% 이하로 규정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나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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