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올해부터 인력구성의 허리에 해당하는 과장에 대한 승진평가비중에 부하 관리능력을 80%까지 파격적으로 높였다. 전문성 평가를 50%에서 20%로 낮추고, 과장 명칭도 그룹 장(長)으로 바꿨다.업무성과를 올리는 것 못지 않게 부하직원을 얼마나 잘 관리해 잠재 능력을 개발하고 의욕과 보람을 높여주는지 여부가 승진의 열쇠가 됐다. 도요타는 “전문성만 중시하다 보니 의사결정은 빨라졌지만 인재개발, 후계 육성은 소홀히 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며새 인사제도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주눅이 든 기업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인사제도 개혁 바람이국내 기업에도 거세다. 인재중심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경력, 임금 파괴와 능력 위주의 성과급제 도입은 보편화되다시피 했고, 조직 노령화를 막기 위한 승진상한제와 직급단순화, 다면평가제, 고급인력의 해외 아웃소싱을 통한 소수 정예화를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업적이 뛰어난 직원과 팀에 파격적인 센티브를 주고 명예의 전당에 올려 ‘영웅’으로 모시는 제조업체도 많다.
대표적인 굴뚝기업인 포항제철은 최근 인사적체에 따른 진급 지연과 조직 고령화를 해소하기 위해 인사 제도 대수술을 추진하고 있다. 포철은 우선 올해부터 연공서열식 승진제를 폐지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제와 전직휴가제를 도입, 일정기간동안 승진을 못할 경우 사실상 퇴출을 유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대리 5년차 동안 과장으로 승진하지 못할 경우 3년간 봉급을 동결하고, 8년차 진급에도탈락하면 1년동안 전직을 위한 유급휴가를 실시한다.
포철은 이 같은 승진연한제를 통해 지금까지 누적된 인사적체를 해소, 올 4월 과장 250명을 진급시키는 등, 승진자를 지난해보다 2배이상 늘려 노화가 심각한 조직을 젊은 피로 바꾸고 잉여인력을 자연스럽게 내보내겠다는 구상이다.
유상부(劉常夫) 회장은 “임직원 평균연령이 40세로, 간부급 보직이 530개에 불과한 반면 51세 이상 간부는 960명이나 되는 등 연공서열에 따른 조직 노령화와 인사적체가 심각하다”며 “인사혁신을 통해 인위적 해고 대신 전직을 유도하고 조직을 더 젊고 활기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직급체계를 축소하고 기존 성과급 평가, 보상시스템을 대폭 손질, 임원이하 사원도 1억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전 사원이 연봉제를 하게 되고 연봉격차도 기존 20%에서 100%로 높여 같은 직급 안에서도 연봉 차이가 2배가까이 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부장급이 최고 평가를 받을 경우 임원급 연봉에 해당하는 1억원을 받게 된다. 또 사원에서 임원까지 9단계 직급체계를 리더, 시니어, 주니어, 어시스턴트 등 4단계로 축소하고 진급심사도 어학 등 성적순에서 탈피, 근무 연한에 관계없이 직속 상사와 사업부장의 추천에 의해 진급할수 있도록 바꿨다.
삼성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효성과 대한항공 오리콤 등도 기존 직급을 대폭 축소했고 삼성SDS와 SK상사는 아예 직급을 폐지했다.
제일제당은 ‘부장님’과 같은 직급호칭대신 사원이든 임원이든 서로 이름에 ‘님’자만 붙여서 부르고 근무시간도 직원 자율로 선택해 1시간 늦게 나오면 1시간 더 일하는 등 호칭과 근무시간 파괴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년차 과장을 점장에 임명하고 현대종합상사는 대리에게 팀장을 맡기는 등 직급파괴도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부터 기술인력을 해외에서 채용키로 하는 등 삼성과 LG가 도입한 핵심인력의 ‘글로벌 소싱’도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삼성, LGSK 현대차 한화 등은 그룹 차원의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명인’ 대열에 오른 우수 사원의 사진을 걸어놓거나 파격적인 보상을 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이정일 연구위원은 “디지털혁명이 기업인사에 빅뱅을 부르고 있다”며 “고용패턴이 유연하게 바뀌면서 구성원의 충성심을 높이고 핵심인력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네트워크화, 핵심인재 중심, 성과주의, 개별주의, 개방주의’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인사제도가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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