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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탐방 / 고려대 생명과학부 최의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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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탐방 / 고려대 생명과학부 최의주 교수

입력
2002.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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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는 왜 죽어야 하나?’과학보다는 오히려 종교와 관련있을 것 같은 이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려는 과학자는 무모하다고 해야 할까?

‘세포 사멸(死滅)’ 연구로 지난해 생명공학 부문 한국과학상을 수상했던 고려대 생명공학부 최의주(45) 교수는 국내에서 이에 대한 가장 많은 답을 찾아낸 과학자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세포의 사멸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및 단백질은 약 200~300개 정도입니다. 그 수많은 물질에 새로운 몇 가지를 더 한 거죠.”

하지만 그 ‘몇 가지’의 의미는 대단한 것이었다.

1996년 그동안 학계에 세포분화를 억제하는 단백질로 알려졌던 p21이 ‘스트레스 활성 단백질’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세포가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특정 단백질이 활성화돼 결국 죽게 되는데, p21이 그 단백질을 억제함으로써 세포 사멸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당시 네이처에 게재된 이 논문은 다른 SCI 등재 논문에 100회 이상 인용됐다.

또 최근에는 치매의 원인 유전자인 프리시닐린(presenilin)이 스트레스에 의한 세포사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등, 지난해에만 미국과학자협회 세포신호전달연구회에서 추천하는 이주일의 논문에 3편이 선정될 정도로, 세포사멸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모든 질병은 사실 세포의 죽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치매나 파킨슨 병은 신경세포가 죽기 때문이고 에이즈도 HIV바이러스가 T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기 때문이죠. 반면암은 죽어야 할 세포가 어떤 이유에선지 죽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의 표현대로 “어디가 끝인지 모를 연구가 세포사멸 연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를 이 ‘끝없는 연구’에 뛰어들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세포사멸 분야는 중요하면서도 미개척 분야여서 매력이 있었죠.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교시절교과서 진도는 1년에 10페이지도 채 안나가고 DNA나선구조를 밝힌 왓슨에 대해 강의해 주시던 생물선생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1975년 “앞으로의 과학은 생물이다”는 은사의 말을 새겨들은 한 고등학생이 한국 생명공학계의 한 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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