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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캡슐' 인체탐험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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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캡슐' 인체탐험 시대 열린다

입력
2002.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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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 속을 돌아다니는 미세 시스템을 이용한 인체 탐험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과학계의 숙원이었다.하지만 그 소망이 수 십 년간 말 그대로 ‘꿈’에 불과했던 이유는 몸 속에서 기계를 움직일 동력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 속 혈관이나 세포 속을 탐험할 정도로 미세한 기계는 그 크기에 맞는 적절한 에너지원이 필요하지만 과학계는 오랫동안 그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분자 모터’의 발견을 비롯, 최근 바이오와 나노기술, 극미세전기전자기술의 빠른 발전은 인체 여행의 가능성을 한결 앞당기고 있다.

일본 도쿄대 자연화학 연구팀이 세포 안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자 모터가 있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한 것은 1997년. 인체 여행의 동력원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직경이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정도인 이 분자 모터는 이전까지 유일한 생체회전모터로 알려진 박테리아내 분자모터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했다.

6각형 모양의 통(桶)과 통의 10분의 1정도 크기인 내부 심지로 구성돼 있는 일종의 효소로서 생물이 호흡이나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 내는 생체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3인산(ATP)’을 합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ATP합성에 필요한 수소 이온의 공급을 제어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분자 모터의 발견은 인체 여행이 가능한 여러 미세 기구를 만들어 내는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98년 IBM 취리히연구소에서 열을 가하면 움직이는 1.5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인공 분자 프로펠러를 만들었으며, 미 유타대 연구팀은 박테리아의 분자모터를 이용해 혈액 속을 여행할 초미세 ‘잠수함’을 개발 중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 코넬대 카를로 몬테마그노 교수팀은 2000년 말박테리아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바이오 모터를 만들어 바이러스 크기의 미세 헬리콥터를 조립하는데 성공했다.

이 프로펠러를 ATP용액에 넣자 400개의 모터 중 다섯 개가 초당 8번씩, 2시간 30분간 회전했다. ATP로 에너지를 공급받아 분자 모터가 작동한 것으로 ATP가 많은 인체에서도 어려움없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 헬리콥터는 회전날개, 생물학적 작업실, 금속기둥 등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3부분이 모이면 인위적인 조립을 하지 않아도 ‘자기조립(self assembly)방식에 의해 자동적으로 헬리콥터가 만들어진다.

이 헬리콥터는 사람의 몸 속 필요한 곳에 약물을 수송하는 ‘나노 의료기’ 개발의 초기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분자모터가 현재 기술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너무 앞서 갔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기계를 작게 만들어도 나노 수준의 분자 모터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눈앞에 실용화를 앞두고 현재 한창 개발중인 기계(인체 탐험시스템)에는 적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실제로 직경 10, 길이 20㎜ 크기의 ‘캡슐형 내시경’ 을 개발 중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인체 내 주행기능이나 샘플추출, 약물주입, 질병진단기능을 갖추는 것보다, 크기에 맞는 적절한 에너지원을 찾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꼽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KIST 문성욱 박사는 “비록 미세한 크기의 배터리를 장착했지만, 내시경 자체의 크기가 분자모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지 않아, 그것만으로는 완벽한 인체 탐험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분자 모터 활용연구를 진행 중인 외국의 연구진들은 이 모터를 제어할 수 있는 극미세시스템을 개발할 수 없어, 본격적인 인체실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자 모터에 가까운 나노 시스템개발이나, 분자모터를 응용한 마이크론(1,000분의1㎜) 이상의 바이오모터개발이 성공해야 본격적인 인체 탐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도안한 혈관 속의 인체탐험용 나노캡슐. 납작한 것이 적혈구이며,투명한 막에 싸여 있는 것이 세포를 치료할 나노캡슐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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