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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보고서…엔론몰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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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보고서…엔론몰락 왜?

입력
2002.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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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엔론홍역’을 앓고 있다. 한때 ‘사업구조조정의 교과서’‘e비즈니스의 총아’로까지 불리웠던 자산 1,000억달러의 엔론사가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것은 그 자체가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엔론사파산이 던져준 교훈’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번 엔론사 몰락의 원인과시사점을 분석했다.사업구조를 중후장대(重厚長大)형에서경박단소(輕薄短小)형으로 전환시킨 엔론의 초기시도는성공적이었다. 엔론은 특히 에너지 거래의 전자상거래화를 강력히 추진, ‘엔론온라인’을통해 거래품목을 가스 전력 철강 목재 등으로 다양화시켰고 그 결과 거래금액은 하루 30억 달러까지 달하게 됐다.아울러 날씨 변화에 따라 손익을 매매하는 ‘날씨파생상품’이란 기발한 금융상품에까지 손을 뻗쳤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외형은 커졌지만 엔론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96년 15.7%에서 2000년8.5%로 감소했다. 인도(대규모발전사업) 영국(수력발전사업) 등 해외에서 손을 댄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광통신사업 등 신규사업에 과다한투자를 함으로써 엔론의 재무구조는 급속히 악화했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구조조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엔론사는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앤드루 패스토우가 자산운용업체인 LJM2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3,000만달러 이상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레이 회장은 직원과 투자자들에겐 주식매입을 권유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작년1월부터 7개월동안 회사주식 2,300만달러를 팔아치웠다. CEO였던 스킬링도1,750만달러의 주식을 매도했다. 한마디로 경영진부터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회계법인의 도덕적 해이도 엔론의 붕괴에 일조했다. 아더 앤더슨이 회계감사와 컨설팅서비스를 동시에 맡음으로써‘견제와 균형’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아더 앤더슨은 회계감사수임료와 컨설팅서비스료로 1년에무려 5,200만달러나 받아 챙기면서 분식회계를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엔론은 날씨파생상품 등 새로운 금융사업을 시작하면서 자금조달을 위한 다양한 기법을 구사했다. 엔론이 자금조달에이용한 방법은 사설펀드를 만들어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부채를 마구 끌어쓰는 것. 파산신청 당시 엔론의 부채는 모기업 131억달러, 자회사181억달러였지만 숨겨진 부채가 최소 200억달러는 더 있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끝까지 엔론을 탐냈던 다이너지사가 파산직전 엔론인수를포기했던 것도 ‘도대체 은닉부채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엔론몰락의 직접적 원인은 시장으로부터의 외면이었다. 평소에도 투자자들에게 사업내용의 투명한 공개에 소극적이었던엔론은 실적악화, 분식회계발표, 내부자거래조사 등 악재가 연쇄적으로 터져나오면서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고, 작년 10월16일 3ㆍ4분기 실적발표당시 33.8달러였던 주가는 한달여만인 11월28일 1.1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시장이 외면한 기업이 갈 길은 파산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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