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계자의 자살(기도), 의회 청문회 러시, 핵심 증인의 증언 거부 및 면책요구…. 엔론 스캔들에대한 미 의회 청문회가 지난 주 시작된 가운데 사건의 전개 양상이 1980년대 미 정가를 뒤흔든 ‘이란-콘트라’ 스캔들과 갈수록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86년 불거진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미 정부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을 구하기 위해 ‘적대국’ 이란에 무기를 팔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콘트라반군을 지원하다 들통난 사건으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사임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
당시 청문회가 한창 진행중이던 87년 2월 로버트 맥팔레인 전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신경안정제 30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의회에서 레이건의 연루 사실을 폭로, ‘배신자’로낙인 찍힌 것이 자살 이유였다. 불법무기 밀매에 소극적이었던 그는 스캔들이 불거지기 전 백악관내 불화로 사임했는데, 엔론사의 불법 분식회계를 반대하다 사임후 25일 자살한 클리포드 백스터 전 엔론 부회장과 여러모로 유사점을 보였다.
진상규명의 첫 단추를 풀 핵심 증인들의 태도도 닮았다. 엔론사의 담당 회계사 데이비드 던컨이 증언을 거부한 것처럼, 이란 콘트라게이트 청문회는 스캔들의 실무 총책이었던 국가안전회의(NSC)의 올리버 노스 중령이 수정헌법 5조를 들어 증언을 거부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노스 중령은 조사가 시작된 지 7개월만에 면책특권을 받아내고서야 입을 열었다.
이밖에도 두 사건은 공화당 정권에서 대통령이 전례 없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할때 불거졌다는 점, 여야간의 공방이 각각 88년 대선과 중간선거등 임박한 선거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 등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란-콘트라 연루자들은 선고유예, 집행유예, 벌금형 등가벼운 처벌을 받았지만 그나마도 조지 부시 대통령이 92년 퇴임하기 직전 모두 사면조치를 받았고 권력 핵심의 연루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엔론사건 역시 시간만 끌다 결말 마저 똑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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