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과 국가정보원의 보물 발굴사업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수석 외에 관련된 고위층 인사가 더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보고라인에 있었던 천용택(千容宅)ㆍ임동원(林東源) 당시 국정원장과 국방부 수뇌부는 물론이고 다른 수석비서관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어 ‘이형택 파문’은 청와대를 포함한 국가기관 전체로 파급되고 있다.
이 수석은 엄익준(嚴翼駿) 당시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보물선 정보의 사실 여부만 조회해 이형택(李亨澤)씨에게 알려줬다고 해명했지만 이씨가 엄 전 차장을 통해 해경 해난구조단을 동원하고 해군수뇌부를 잇따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씨를 예금보험공사 행사 등에서 한두 번 만났을 뿐”이라던 이 수석이 보물선 사업을 발벗고 도와준 배경도 의문이다.
더구나 국정원이나 군에게는 보물 발굴사업이 업무영역도 아니다. 애초 관련성을 일체 부인하다 뒤늦게 청탁 사실을 인정한 것도 석연치 않아 또다른 관련자를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 수석이 이씨 외에 다른사람으로부터 부탁이나 지시를 받고 국가기관을 동원, 관여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경제수석과 국정원 2차장이 직접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점으로 보아 다른 청와대 수석이나 여권 실세가 국정원과 군 수뇌부에 부탁을 했을 공산도 크다.
정치권에서는 보물 발굴사업과 관련, 모 수석비서관과 여권 실세, 대통령 친인척 등 2~3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또 지휘계통상 국정원장이나 국방부장관이 청와대쪽의 부탁을 받고 탐사작업을 지시했거나 사후보고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보물선 사업에 관여한 한 발굴업자는 “이씨가 청와대 고위인사를 통해 이 수석에게 정부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또다른 권력실세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이 수석은 이씨의 청탁을 받은지 3개월 뒤 보물선 원사업자인 소모(58)씨로부터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은 한층 커지고 있다.
소씨는 2000년 3월 “청와대, 국정원, 해군 등이 초법적으로 실행중인 사업이란 말이 사실이냐”고 조정요청서를 보냈으며 이에 대해 이 수석측은 “경제수석실과는 무관하며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씨는 “보물선 사업계획서가 이씨를 통해 청와대에도 보고돼 자체 검토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청와대 비서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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