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관계 단절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정책 전면 재검토에 나서 중동 사태가 일대 전환의 기로를 맞고 있다.아라파트가 미국과의 대화 상대에서 배제될 경우 33년간 그를 지도자로 삼았던 팔레스타인인들의 반발은 물론 주변 이슬람국들의 반미 움직임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이 달 초 팔레스타인의대규모 무기 밀반입 기도 사건과 관련한 아라파트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아라파트와의 관계 단절을 포함해 ▲워싱턴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표부 폐쇄 ▲앤터니 지니 미 중동 특사의 활동 중단 ▲아라파트 개인경호 부대를 국무부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리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도 “팔레스타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대 아라파트 강경책을 준비 중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이날 메인주 포틀랜드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아라파트에 매우 실망했다”며 “그는 중동의 테러를 뿌리 뽑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고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무기 밀수 사건과 관련해 “테러를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이 당장 팔레스타인에 대한 고강도 제재 방안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관계 단절설’은 아라파트 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미 정부내 강ㆍ온파의 의견 대립 과정에서 불거진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큰 데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확산된 이슬람권의 반미 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날 부시가 아라파트에 테러 근절 노력을 촉구한 것을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팔레스타인은 물론 사우디 아라비아 등 주변국들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아라파트 보좌관 나빌 아부 르데네는 이날 미국의 관계 단절은 중동에 “지진을 일으킬것”이며 그럴 경우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나와프 빈 압둘아지즈 정보국장도 26일 기자회견에서 아라파트를 약화시키려는 어떠한 행위도 중동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그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미국에 경고했다.
미국의 대 아라파트 정책에 관한소식이 전해지자 팔레스타인의 지지자들은 군중집회를 열고 아라파트 지지를 과시, 내부결속을 강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편 최근 아라파트 사임설이 불거진 데다 미국의 관계 단절설까지 나돌면서 아라파트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차기 팔레스타인 지도자로 자브릴 라주브(48) 요르단강 서안 치안경찰장관, 모하메드 다흐란(41)가자지구 자치경찰장관, 마르완 바르구티(42) 파타운동 고위 지도자, 아흐메드 코레이(63) 자치평의회 의장, 마후무드 압바스(66)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집행위 사무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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