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이 1999년 12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ㆍ60)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청탁을 받고 국가정보원에 보물발굴 탐사를 문의한 사실이 25일 드러났다.이에 따라 보물발굴사업은 이 전 전무의 개인비리를 넘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해군 등 국가기관이 개입한 총체적 정권비리로 비화할 공산이 커졌으며 향후 특검팀의 수사가 주목된다.
이 수석은 이날 오후 해명서를 통해“99년 12월초 이 전 전무가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찾아와 전남 진도 앞바다의 보물매장 여부를 알아볼 수 없겠느냐고 문의해왔으며 이에 ‘청와대가 아니라 국가정보원에서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 전 전무의 간청에 따라 엄익준(嚴翼駿ㆍ작고) 국정원 2차장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봤고 엄 차장도 이를 수락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이 수석은 “2000년 1~2월 엄 차장으로부터 탐사결과 매장정보가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이 전 전무에게 전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수석은 최근 본보의 개입사실 확인요청에 “이 전 전무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국정원에 문의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이 수석이 보물발굴사업 개입을 시인함에 따라 금명간 이 수석과 이 전 전무를 소환해 정확한 청탁경위와 대가관계 등을 조사키로 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2000년 1월10일국정원 국방보좌관이던 한철용(韓哲鏞) 육군소장이 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당시 이수용(李秀勇ㆍ현 한국석유공사 사장)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보물탐사를위한 이 전 전무측의 민원내용을 전하며 지원을 건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또 같은달 22일에는 이 전 전무가 엄 차장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김모 과장과 발굴업자 등 3명과 함께 이 전 총장을 접견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이 전 총장과 한 소장 등을 상대로 이 수석과 국정원장등 엄 차장 윗선의 지시여부에 대해 조사키로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 전 총장은 2차례 접견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또 1999년 12월28일엄 차장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 목포출장소가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특수기동대원을 동원해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탐사작업에 나선 사실도 확인했다.
해경관계자는 “국정원 목포출장소장이 전화로 ‘진도 앞바다의 물체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해와 특수기동대원 3,4명을 동원, 하룻동안 수색작업을 벌였다”며“하지만 펄이 많고 바다가 흐려 전혀 확인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팀은 이 전 전무가G&G구조조정 회장 이용호(李容湖ㆍ44ㆍ구속)씨를 만난지 한달 뒤인 2000년 8월 수억원대에 달하는 자신의 부동산을 이씨에게 시가보다 비싸게 팔았으며 이씨로부터 골프 드라이버 1채를 선물 받았다는 대검 중수부의 조사결과에 따라 이씨를 상대로 대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