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 파산사태를 다룰 미 의회의 청문회가 24일 열렸으나 핵심 증인의 묵비권 주장으로 난항을 거듭했다.미 의회는 이날 에너지, 상무 위원회 등 두 청문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6주일간에 걸쳐 10개의 청문회를 잇따라 개최하고 엔론과 부시 행정부간의 정경 유착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주 엔론의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에서 해고된 회계사 데이비드 던컨은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감독조사소위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도록 규정한 수정 헌법 제5조를 들어 증언을 거부했다.
던컨은 지난해 12월2일 미국 최대의 파산 기록을 세우며 무너진 에너지 중개업체 엔론에 대한 회계 감리 책임자로 앤더슨은 던컨이 관련 장부들을 파기하도록 지시했다며 해고했었다.
던컨은 이날 “앤더슨의 변호사 낸시 템플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며 엔론 사건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짐 그린우드 소위원장이 “엔론은 은행을 강탈했고 앤더슨은 도주 차량을 제공했으며 자동차 열쇠는 귀하가 갖고 있었다”고 추궁하자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증언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청문회장을 떠났다.
그린우드 위원장은 이에대해 “던컨이 오늘 출석 요구 소환에 응하고도 수정 헌법 제5조의 권리를 제기함으로써 우리가 조사하려는 결정적인 기간에 엔론에서 발생한 일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위원회의 중요한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아더 앤더슨의 템플 변호사는 이날 “엔론에 대한 연방차원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 엔론 관련 서류의 파기 또는 보존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문서파기 관련설을 부인했다.
이와는 별도로 열린 상원 행정위원회 청문회에서 조지프 리버만 위원장은 “엔론과 부시 행정부의 연결 고리를 집중 파헤칠 것”이라고 다짐하고 “엔론의 파산에 이르기까지 여러 해 동안 파악한 내용과 시행한 조치를 백악관과 연방정부 관계 기관들에게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의회차원에서 부시행정부의 정경유착에 대한 본격조사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의 경우 딕 체니 부통령이 지난해 이끌던 에너지 규제완화 특별위원회가 엔론사에 대해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날 경우 향후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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