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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성년자와 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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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성년자와 신용카드

입력
2002.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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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이든 주재원이든 처음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이 애를 먹는 일이 신용카드를 쉽게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공신력이 있는 한국계 은행이 보증을 해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1년이상은 신용을 쌓아야 한다.

카드회사가 신용카드 발급조건으로 정한 내규를 잘 모르나 현금을 펑펑 잘 쓰는 것만으로 미국에서는 신용이 되지 않는다.

외상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을 산후 이자를 잘 갚아가야 비로소 그를 신용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기 시작한다.

■ 이렇게 해서 신용카드를 받으면 미국사회의 일원이 된 기분이 든다.

카드사용이 일반화된 미국에서는 비록 식당에서라도 현금을 지불하는 것은 곧바로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다지고 다져져서 이룩된 미국의 신용카드 체제가 우리 사회에 도입되자 '외상이라면 소도 잡는' 식의 부작용이 터지고 있다.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물건을 사는 것은 물론, 거액의 현금서비스를 받고도 이를 못갚아 신용불량자가 된다.

마산에서 여대생이 1,500만원의 카드 빚 때문에 자살한 일은 이런 사회의 단면일 뿐이다.

■ 카드가 만들어내는 부채사회의 문제는 카드회사와 소비자들의 공동 책임이다.

은행뿐 아니라 백화점이 앞다투어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에 켜켜이 꽂힌 카드로 감당할수 없는 큰 일을 저지르기 일쑤다.

특히 카드회사가 경쟁하면서 미성년자들에게 마구 신용카드를 내주는 것은 큰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카드를 내주는 회사의 속셈은 보호자의 호주머니를 긁어내자는 것이다. 작년말까지 1만2,000명의 미성년자 신용불량자가 발생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 미성년자를 포함하여 일정한 신용조건을 갖추지 않는 사람에게 카드를 마구 발급해주는 것은 카드회사가 부채사회의 부작용을 조장하는 행위이다.

카드 부채의 부작용은 개인의 몰락뿐 아니라 사회를 도덕적 해이로 몰고 간다.

요즘 인터넷의 광범한 보급과 함께 청소년의 음란사이트 접속이 우리가 알고 있기보다 훨씬 심각한사회문제가 되어 있다.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제한이 이를 해결하는 방법중 하나가 될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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