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계열사간 편법 빚보증에관한 법정 다툼으로 관심을 끌었던 현대중공업과 하이닉스 반도체(옛 현대전자), 현대증권의 주식매입대금 대지급 반환 소송에서 현대중공업이 일부 승소했다.이번 판결은 이사회 결의 없이계열사 최고경영자간 ‘밀실담합’으로 빚보증을 하고 외자를 유치해온 재벌 기업의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7부(전병식ㆍ田炳植부장판사)는 25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외자유치 당시 지급보증에 따라 손실을 입은 2,460억원을 배상하라”며 하이닉스와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전 회장을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718여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증권 이 전 회장은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현대중공업에 ‘지급보증에 따른 손해가 없도록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제공, 결과적으로 효력이 없는 각서로 인해 이를 신뢰한 현대중공업에 손해를 입힌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손실보상 책임에 관한 중요 사항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쉽게 이사회 결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하고, 약정의효력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원고측에게 과실 30%를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1997년 현대전자가캐나다 금융기관인 CIBC에 현대투신 주식을 담보로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전자와 증권으로부터 손해보전 각서를 받고 지급보증을 섰다가,2000년 3월 CIBC의 현대투신 주식 재매수 요청에 따라 CIBC에 2억2,048만 달러를 대신 지급한 뒤 손실보전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각서를 근거로 소송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재판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빠른 시일내에 이사회를 열어앞으로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닉스와 현대증권은 “법원의 결정에 승복할수 없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현대 계열사간 추가 법정공방은 물론 하이닉스와 현대증권, 이익치 전 회장간의 손실부담 범위를 놓고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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