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급발진 사고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인천지법의 판결은 세계 최초로 자동차 제조사에 급발진 방지장치(시프트 록ㆍShift Lock)를 장착하지 않은 법적 책임을 물었다는점에서 의미가 크다.법원은 시프트 록을 장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조사가 급발진 사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비록 소액이지만 이처럼 제조사 책임을 엄격히 묻는전례가 나옴에 따라 향후 제조업계 전반에서 소비자의 권한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자동차는 1994년부터 수출용자동차에는 시프트 록을 장착하면서도 정작 국내용에는 장착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당시 시프트 록 제조원가는 불과 3,500원 정도였다. 재판부는 시프트 록이 장착됐다면 사고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던 10건에 대해 승소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번 판결에는 엔진에 흡입되는공기의 양 등을 조절하는 엔진제어장치(ECU) 등에 기계적 결함이 있었다는 원고측 청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자파나 자동차에 내재하는 어떠한 결함이 ECU에 영향을 미쳐 급발진이 발생했다는 것이 원고측의 ‘가설’이자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89년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연구조사에서도 차량결함을 밝혀내지 못한 만큼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대신 미국에서는 89년 이후 제조사에 시프트 록 장착을 권유, 약 75% 사고가 감소하는 효과를 거둔 만큼 인천지법의 판결은 적어도 국내 소비자의 권익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켰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국내서도 뒤늦었지만 2000년이후 출고되는 대부분의 자동차에 시프트 록을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이전 출고된 시프트 록이 장착되지 않았던 자동차의 리콜 요청이나급발진 피해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동차 업계는 법원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판결의 핵심 사항인 시프트 록(Shift Lock) 장착 여부는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고 기술적인 면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제조회사가 선택할 사항”이라며“따라서 인천지법의 판결은 통상 급발진 사고로 알려진 차량 자체의 기계설계 및 엔진 결함에 의한 사고가 아닌, 운전자의 오작동에 의한 급발진 사고만을 인정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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