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국가정보원과 해군, 산업은행 등에 보물 발굴사업 지원 로비를벌이는 과정에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이 적극 개입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형택 파문’이 청와대와 권력 핵심부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특히 이씨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라는 신분과 여권실세와의 친분관계 등을 이용,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수석 외에 다른 청와대 인사와 여권의 실세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총체적 비리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이 수석은 1999년 12월 보물선 발굴사업과 관련한 이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엄익준(嚴翼駿) 국정원2차장에게 지원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석은 이날 오후까지도 국정원에 대한 청탁 사실을 강력 부인했지만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이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자 뒤늦게 연루 사실을 시인했다
국정원이나 해군 간부와 안면이 없는 이씨는 ‘예금보험공사 전무’라는 직함만으로 이들을 찾아가 면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수석에게 국정원 및 군 간부를 소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이 수석 등을 만나“보물선 사업이 국부창출 등 나라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논리로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국정원과 군 고위간부들이 생면부지의 이씨로부터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보물선 사업 얘기를 듣고 지원을적극 검토한 것도 이 수석 등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천용택(千容宅)ㆍ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도 소개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수석이 원장을 제쳐두고 엄 전 차장에게 직접 부탁을 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국정원장이 이 수석에게 부탁을 받고 엄 전 차장을 소개했거나 최소한사후 보고를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수석이 국정원과 군 간부 이외에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연결시켜 주었을 공산도 크다.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와 발굴사업에 참가한 S건설 등은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회사채 인수와 해외전환사채(CB) 매각에 성공, 청와대와 경제부처고위관계자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또 경제수석은 국정원과 군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자리가 아니어서 이 수석 외에 다른 청와대 고위인사가 추가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DJ의 정치자금 관리인’으로도 알려진 이씨는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보물선 발굴탐사 및각종 금융 지원을 청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씨의 보물선 사업이 여러 경로를 통해 김 대통령의 귀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여권 인사는 “이씨의 배경 때문에 청와대 수석 어느 누구도 이씨와의 면담 및 지원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해 이씨 파문에 연루된 인사가 더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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