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도로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쓰레기통이 하나 둘씩 다시 나타나고 있다.서울시가 한ㆍ일 월드컵을 대비해 각 구청에 쓰레기통의 제작ㆍ설치비를 지원하고 추가 설치를 독려하면서 1995년 3,290여개로 크게 떨어졌던 쓰레기통이 4,000개 가까이로 늘었다.
올해는 2억3,000여만원을 들여1,262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쓰레기통 증설을 보는 시민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회사원 박성균(34ㆍ종로구 현저동)씨는 “담배꽁초하나 버리려고 해도 쓰레기통이 없어서 늘 불편했다”며 “월드컵을 앞두고 허겁지겁 쓰레기통을 다시 늘린다니 한심스럽긴 하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인 김모씨는 “쓰레기통은 늘리는 것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자칫하면 예전처럼 도심의 흉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쓰레기통을 관리하는 각 구청은 부담스럽다는 표정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시민의식을 높이기위해 시범적으로 몇몇 곳에 쓰레기통 없는 거리를 조성했다가 다시 뒤집혀 당혹스럽다”면서 “구조조정으로 환경미화원이 크게 줄어든 터에 쓰레기통은 거꾸로 늘어나니 관리가 부담스럽다”고 실토했다.
정작 시민의 불만은 들쭉날쭉한 정책에 있다.
쓰레기통 없는 거리에선 늘 가슴을 조이거나 도덕적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쓰레기통을 찾아 헤맸고, 이제는 쓰레기로 넘쳐나는 쓰레기통 악취에 코를 막고 다녀야 할지 모른다.
서울에서 쓰레기통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부터.
각 자치주는 비종량제 봉투의 쓰레기 투기를 막겠다며 도로의 쓰레기통을 서둘러 줄였다. 또 쓰레기통이 없으면 쓰레기도 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로 종로 이태원 명동 등 도심 곳곳을 쓰레기통 없는 시범가로로 조성하기도 했다.
쓰레기통 관리가 성가셨던 자치구들이 종량제를 내세워 쓰레기통을 퇴출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종로구는 96년 종로 등지에서 쓰레기통을 모두 없앴다가 민원이 들끓자 지난해 9월부터 일부 구간에 쓰레기통을 다시 설치했다.
구 전체의 쓰레기통을 모두 없앤 서대문구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통을 없애라고 지시한 적이 없는데 구청에서 자꾸 줄이는 통에 시민 불만만 커졌다”며 “자치구 소관인 쓰레기통 설치를 시 예산을 들여가며 독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 역시 자치구가 쓰레기통을 없애는 것을 묵인해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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