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해 경기 침체 이후처음으로 24일 경기 회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을 일관되게 경계해 온그린스펀 의장의 이례적인 발언은 미 경제가 사실상 침체를 끝내고 성장의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달 말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날 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그린스펀 의장이 경제가 견실해지기 시작한 대표적인징후로 꼽은 것은 재고 감소다.
그 동안 뚜렷한 속도로 감소했던 재고 감소 추세가 완만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는 “최종수요가 현 상태를 유지해준다면 이제 생산이 증가해 정상 궤도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비롯해 최근의 주요 경제 지표들도 그린스펀의장의 이런 경제 회복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에 비해 1만5,000명이 줄어든 37만6,000명을기록, 6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컨퍼런스 보드가 발표한 경기선행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탔으며 미시간대의 1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전망치를 훨씬 뛰어 넘는 94.2를 기록, 1년 여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개인 소비나 기업 투자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따라서 경기 회복도 생각만큼더딜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속적인 수요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경기 회복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며소비를 촉발시킬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제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5.8% 수준에 이르는 실업률은 “당분간 상승하면서 회복의 발목을 붙잡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경기부양책에 찬성해 온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부양책과상관없이 미 경제는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말해 상원에 계류 중인 경기 부양안의 축소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이 발언은 한편으로는 29, 30일로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경기를 부추기기 위한 금리 인하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0.25% 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의장의 이날 발언이 “FRB가 경기를 반등시키기 위해 금리를 충분히 내렸다고 확신하고 있는 증거”라며 “FRB의 금리 인하는 더 이상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2주새 말바꾼 그린스펀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이 24일 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내놓은 경제 전망은 불과 2주 전 자신의 전망과 초점이나 톤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일 샌프란시스코 연설에서 미 경제는 "단기적으로 중대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경기 회복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일시적인 조짐들이 있다"는 말도 덧붙이긴 했지만 발언의 무게 중심은 '비관'쪽에 실려 연초부터 부풀어 오른 경기 회복의 기대감에 찬물을 얹었다.하지만 24일 그는 "솔직히 앞서 판단했던 것보다 시장 상황이 더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며 "좋게 보자면 미국 경제는 지금 전환점에 있다"고 밝혀 경기 회복 가능성에 훨씬 비중을 뒀다.이 같은 변화는 11일 이후 경제지표들이 호전된 탓도 있지만 당시 그의 발언이 의도와는 달리 너무 비관적으로 해석돼 이를 교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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