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2000년 1월 해군에 보물선 사업 지원을 요청한 장본인으로 고 엄익준(嚴翼駿) 전 국정원 2차장이 지목되자 25일검찰 안팎에서는 “또 그 사람이냐”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엄 전 차장은 사망 일주일 전까지 남ㆍ북 정상회담 등 중요사안을 직접 챙겨 ‘공직자의표상’으로까지 치켜세워졌던 인물. 그러나 최근 일련의 의혹사건마다 배후인물로 지목되는 바람에 지인(知人)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우선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로부터 보물선 사업을 소개받은 김형윤(金亨允ㆍ구속) 전 국정원 경제단장이 지난해검찰에서 “엄 전 차장이 목포출장소에 알아보라고 지시한 사안으로 나와는 관계가 없다”며 책임을 떠넘긴 바 있다.
또한 지난해 2월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에게 ‘수지김 사건’재수사 중단을 요청했던 김승일(金承一)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도 “엄 전 차장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급기야 이날 그가 2000년 1월 당시 국정원 국방보좌관이었던 한철용 육군소장에게 “보물선 사업에 해군의 지원을 얻어보라”고 지시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것.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해 망자(亡者)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한 소장이 직속상관인 국정원장을 배제한 채 직접 2차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 또한 당시 엄 전 차장의 보고를 받은 국정원장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국내문제 실무책임자였던 만큼 당연히‘악역’을 많이 맡은 것이라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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