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의 꿈' / 김상봉 지음 / 한길사발행“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사랑받는 자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자인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사랑한단 말인가? / 내가 갈망하는 것이 이미 나에게 있는 것을. 나의 풍요가 나를 가난하게 하는구나.”
물 위에 비친 자기 모습과 사랑에 빠진 나르시스의 비극을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는 ‘변신이야기’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 남을 사랑할 수 없었던 나르시스는 자신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나머지 죽음에 이른다.
철학자 김상봉(문예아카데미 교장)이 쓴 ‘나르시스의꿈-서양 정신의 극복을 위한 연습’은 서양 정신의 본질을 나르시스적 꿈으로 보고 이를 극복할 길을 찾는 시도이다.
호메로스에서 헤겔까지 서양정신에 숨겨진 나르시시즘의 흔적을 드러내고, ‘너’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이같은 정신을 병든 나르시시즘이자 불임의 지혜라고 비판한다.
니체에서 들뢰즈에 이르는 현대철학의 자기비판조차 자기 전통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서양 정신의 이러한 어둠을 깨닫는 순간, 거기서 벗어나 우리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돌아볼 수 있는 우리 철학의 정립을 생각한다.
그는 “우리 겨레의 슬픔과 고난 그리고 절망의 체험 속에서 존재의 진리를 길어내려 했던” 한용운, 함석헌, 박동환의 철학에서 그 길을 찾는다.
그들로부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자학이나 거꾸로 자기 안에 갇혀버린 긍지에서 벗어나 참된 나를 볼 수 있는 거울을 구한다.
그는 “철학은 빛 가운데 있는 게 아니라 도리어 어둠 속에, 슬픔과 절망 속에 있다”면서, 이 책은 ‘슬픔의 해석학’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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