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名品)은 이름 값을 하기 마련이죠.”국내 주요 백화점 1층에 입점한 업체의 90% 이상은 예외없이 외국 명품 브랜드이다. 백화점이 화장품 매장을 1층에 포진시켜 손님들을 ‘황홀한’ 향기로 맞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갖 수단을 동원, 입점 섭외가 어렵기로 소문 난 명품 브랜드를 1층의 노른 자위 자리로 모시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명품 매출이 동종 국산 브랜드보다 2배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덤으로 백화점의 품격까지 높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의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돈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며 “명품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디자인, 내구성, 품질 등 삼 박자가 고루 세계 초일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품 대중화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거치면서 고소득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부상함에 따라 시작됐다.
경기의 등락에 상관없이 변함없는 구매력을 발휘하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은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려는 유통업계가 내놓은 자구책의 일환이었다.
이에 따라 각 백화점들이 앞다퉈 명품 브랜드 유치에 앞장섰고, 명품 브랜드들 역시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 규모가 더욱 커졌다. 급기야 최근에는 20~30대도 명품 한 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명품은 대중화했다.
지하 1층에서 4층까지 131개 매장에 총 152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의 경우 객단가(1인의 쇼핑 1회당 구매액)가 31만여원으로 일반 백화점의 4~5배에 달한다.
주부 김모(36)씨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여러 개 쓰느니 명품 하나를 평생 사용하는 것이 엄밀히 따지면 경제적”이라며 “외국여행을 떠나는 친지의 항공권을 이용해 면세점에서 구입하거나 백화점의 브랜드 세일 때 명품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조품에도 A급, B급, C급 등 등급이 매겨져 팔릴 정도로 명품에 대한 선호가 너무 무조건적인 것 아니냐”는 명품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의류보다 핸드백, 구두, 지갑 등 로고가 상품 전면에 새겨져 브랜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잡화류를 선호하는 특이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
이는 전통있는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 자체가 각광받는 유럽, 새롭고 실용적인 스타일에 환호하는 미국과 달리 브랜드의 인지도에 따른 ‘과시효과’를 노리고 명품을 구입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갤러리아백화점 장재훈 과장은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점차 명품 향유층이 늘어나고 있지만아직까지 주요 마케팅 타깃은 고소득층”이라며 “소비자들이 가계 여건에 맞게 구입한다면 명품은 충분히 이름 값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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