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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메이커·브로커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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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메이커·브로커 힘겨루기

입력
200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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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몸통을 흔들려 한다?’반도체 시장에서 메이커(제조업체)와 브로커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시장이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어 메이커와 브로커간 관계가 역전되면서, 브로커들은 물량확보를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브로커들은 누구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형업체들은 주로 IBM 델 컴팩 같은 메이저 PC업체들과장기계약에 따라 반도체를 직접 공급한다. 그러나 일부 물량은 현물시장으로 방출돼 브로커들의 손을 거쳐 저가 PC조립업체등에 판매된다.

아시아 현물시장을 지배하는 브로커들은 주로 대만 홍콩의 화교자본들. 국내엔 용산을 중심으로 브로커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가격상승기엔 가급적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대신 판매량은 축소하고, 반대로 가격하락기엔 보유물량을 대량 방출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고 있다.투기적 속성이 매우 강한 셈이다.

지난 해 현물시장은 ‘브로커 우위’ 구도였다. 수요급감으로 대형 PC업체들의 주문이 줄어들자 반도체 메이커들은 잉여물량을 현물시장에 쏟아냈다. 하이닉스의 경우 전체생산물량의 약 30~40%를 현물시장에서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들은 계속 호가를 낮췄지만, 메이커들은 재고감축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적자판매를 감수했다. 세계시장의 10%에 불과한 브로커시장이 반도체 메이커를 좌지우지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빚어졌던 것이다.

■상황반전

23일 대만의 커머셜타임스는 한 현지 브로커의 말을 인용, “삼성전자가 재고관리를 위해 반도체 출하를 이달 말까지 일시중단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즉각 “반도체 출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즉각 반박했지만, 반도체 현물가는 10센트 이상 급등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분명한 것은 브로커들이 현재 반도체 물량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들어 PC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하이닉스등 주요 메이커들은 대형 PC업체에 반도체 물량을 공급하기도 빠듯한 상황이어서 그만큼 현물시장 출하량을 줄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가 대형PC업체들을 중심으로 공급돼 현물시장쪽에서 제대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마치 출하를 중단한 것처럼 오해를산 것 같다”고 말했다.어쨌든 시장은 이제 ‘브로커 우위’에서 ‘메이커우위’로 바뀐 셈이다.

물론 브로커 영향력이 완전히 쪼그라든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주 현물시장가격이 하락한 것은 더 이상 가격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한 브로커들이 물량을 대거 방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브로커들은 극심한 물량품귀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격상승후 조정기를 겪게 되면 또다시 물량 및 가격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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