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록 말도록밑이 뻥 뚫린 옛날 변소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들어가야 했다. 엉거주춤 있다 보면 귀신의 손이 스윽 나와 “빨간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라고 물어볼 것 같았다.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간 꼬마들에게 학교는 옛날 변소만큼이나 무섭다.
친구들과 마음껏 떠들지도 못하고, 다음날까지 해야 하는 숙제도 많다.
그래서 ‘하도록 말도록’의 주인공 아이는 밤늦게까지 얼굴 반쪽은 빨갛고 반쪽은 파란 괴물을 그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귀신이 주겠다던 빨간 종이와 파란 종이 생각이났나 보다. 이렇게 잠든 아이의 꿈 속에 얼굴 색깔 다른 괴물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 괴물이 여자애를 못살게 구는 게 신기하다. 빨간 얼굴은 “…하도록!”이라고 외치고, 파란 얼굴은 “…말도록!”이라고 외친다.
“깨끗이 하도록!” “더럽히지 말도록!” “공부하도록!” “뛰지 말도록!” 무서운 선생님처럼 마구 혼을 내면서 산수문제 쪽지 시험을 보라고 다그친다.
막 학교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칠판 앞에 선 선생님은 이렇듯 무시무시한 모습이 아닐까.
해야 한다는 말, 또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부터 듣게 되는 아이의 꿈 속에서 학교와 선생님은 끔찍한 괴물 같다.
정신없는 괴물에게 이리저리끌려 다니다가 들어간 햄버거 가게는 비슷비슷한 괴물로 가득하다.
햄버거 가게의 의자와 벽지와 쟁반도 모두 똑같다. 문득 꿈꾸는 아이의 머리 속에 “말 잘 듣는 애들을 잡아다가 똑같은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위압적인 학교에서 고분고분 생활하는 아이들은 찍어낸 듯 자라난다.“…하도록!” “…말도록!”이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면 학교 가는 것은 즐거워질지도 모른다.
■어느 곰인형 이야기
42쪽의 동화 ‘어느 곰인형 이야기’(강전희그림, 진선출판사 발행, 6,800원)에 실린 글은 8줄뿐이다.
“새 집으로 이사 가는 거예요?” “그럼, 물론이지. 우리 예쁜 민이 방도 있고.” 민이네 가족이 훌쩍 떠나버린 자리에는 작은 곰인형이 남았다.
이제 책은 그림만으로 전개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고, 아이들도 놀리고, 지나던 개도 못살게 군다.
어느날 그 곰인형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마음쓰지 않아 버린 것들이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쓸쓸하게 사라져 간다. 슬프고 안타깝다.
■내 귀염둥이 너를 너를 사랑한단다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커다란지 언제나 확인하고 싶다.
“엄마, 나 사랑해?” ‘내 귀염둥이, 너를 사랑한단다’(중앙출판사 발행, 8.500원)는 아기 동물 여섯 마리와 한 꼬마의 물음에 대한 엄마의 대답이다.
“엄마, 나 사랑해?”라고 묻는 사슴과 오리, 생쥐, 곰, 올빼미, 어린 아이의 질문에 대한 엄마들의 대답은 시적인 비유로 가득하다.
엄마는 강물과 연못처럼, 땅과 산처럼, 별처럼 아이를 사랑한단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칼데콧상 수상 작가 낸시 태퍼리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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