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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 '컴퓨터 게임의 이해'저자 최유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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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 '컴퓨터 게임의 이해'저자 최유찬 교수

입력
200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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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자가 컴퓨터 게임을 연구했다. 별난 외도처럼 보인다.컴퓨터 게임은 학문적연구 대상이 아니라 오락일 뿐이라고 믿거나, 컴퓨터 게임의 선정성ㆍ폭력성ㆍ중독성을 우려하는 사람들 눈에는 그리 비칠 수밖에 없다.

최유찬(51)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컴퓨터 게임을 문학ㆍ예술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한다.

”컴퓨터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거기엔 세계관이 포함돼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게임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고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을 배운다. 그에 따라 인간의 지각 방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 연구자들은 마땅히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컴퓨터게임의 이해’(문화과학사 발행)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컴퓨터 게임에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특정게임에 대한 소개나 평론이 아니라 게임의 구조와 기능, 문학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컴퓨터 게임이란 무엇이며,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은 하나의 문화형식으로서 컴퓨터 게임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진지하게 분석한 드문 보기이다.

책을 쓰게 된 데는 개인적 체험이 크게 작용했다. 7, 8년 전 우연히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잠 자리에 누우면 천장이 게임 화면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읽었다.

20권이나 되는 이 대작의 핵심이 뭐냐고민하던 중 어느날 문득 머리 속에서 어떤 형상이 꿈틀대는가 싶더니 ‘토지’의 전체상이 하나의 이미지로 포착됐다.

마치 신들린 듯한 이 놀라운 체험을 바탕으로 그는 ‘토지를 읽는다’(1996)를 썼다.

그런 이미지는 어떻게 떠올랐을까. 그는 이 새로운 지각 방식을 컴퓨터 게임에서 배웠음을 깨달았다.

쉬지 않고 눈을 굴리며 화면 전체를 한꺼번에 파악해야하는 컴퓨터 게임의 지각 방식을 문학 텍스트에 적용한 결과였다.

단테의 ‘신곡’,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다른 작품도 그런 방식으로 파악됐다.

스스로 체험한 바에 의해 그는 컴퓨터 게임이 인간의 지각 방식을 바꾼다는 것과, 그러한 변화가 기존 문학과 예술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이를 설명하는 이론도 바뀌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더 나아가 복잡한 서사구조의 전모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이같은 지각 방식이 우리의 오랜 전통과 맞물릴뿐 아니라 서양의 최신 이론과도 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컴퓨터 게임이 새로운 학문 세계와 방법론을 열어준 셈이다.

“질 들뢰즈가 ‘시네마 ⅠㆍⅡ’에서 말하는 ‘열린 전체’로서의 이마주(이미지) 이론이나, 사물의 본질을 상(象)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동양 고유의 취상법(取象法)은 컴퓨터 게임의 지각 방식과 일치한다. 이는 현대예술에서 공간 형식이 중시되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우리 문학에서도 젊은 세대 작가들의 작품에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가 가장 많이 해 본 컴퓨터 게임은 ‘삼국지’.

‘삼국지’ Ⅰ에서 Ⅵ까지 완전히 통달했고 천하통일을 수십 번 해 봤다.

게이머로서 그의 바람은 “우리 문화의 핵심, 우리의 세계관을 담은 게임의 개발”이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시나리오 분석을 비롯한 학문적 접근이 필수적이며, 정부의 게임 산업 지원도 업체에 돈만 줄 게 아니라 학문적 연구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유찬 교수는 “컴퓨터 게임을 통해 새로운 지각 방식을 얻었다”고 말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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