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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실존에 대한 행복감 걷기통해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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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실존에 대한 행복감 걷기통해 찾아볼까"

입력
200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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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통 '걷기 예찬'“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사회학교수 다비드 르 브르통이 쓰고,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교수가 특유의 유려함으로 옮긴 ‘걷기 예찬’(현대문학 발행)은 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작한다.

브르통은 걷기로 대표되는 인간의 몸의 활동,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생명과 사유의 깊은 의미를 이 에세이에서 보여준다.

여기서 브르통이 말하는 몸은 정신과 합일된 몸이다.

폴 발레리가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라고 했을 때 그는 바로 이 합일된 몸을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몸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가. 집 밖을 나서자마자 자동차로, 시간에 맞추기 위해, 몸과 유리된 노동을 위해, 미친듯이 돌아간다.

골목길도 좋다, 도심의 대로도 좋다, 아는 이 없는 여행지의 한가한 가로도 좋다, 우리는 그 길들을 과연 ‘걷고’ 있을까.

브르통이 말한 대로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 없는 걷기는 비인간적인 길일 뿐이다.

브르통은 이런 비인간적인 길에서 벗어나 “주저해왔던 일을 결행하기 위하여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길건 짧건 어느 한 동안에 있어서 존재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길 잃은 사람에게 가로의 이름들은 삐걱대는 마른 나뭇가지의 목소리처럼 말을 걸어와야 하고, 도시의 작은 골목들은 산 밑의 골짜기 못지않게 지금이 몇 시쯤 되었는지 암시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발터 벤야민 ‘일방통행’에서).

저자는 몸으로 하는 걷기의 즐거움 못지 않게, 읽기를 통한 인식의 즐거움에로도 독자를 초대한다. 루소, 랭보, 소로, 카잔차키스, 바슐라르, 피에르 쌍소 등 고금의 훌륭한 여행가들의 사상을 길동무 삼게 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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