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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그리운 금강산 갈등의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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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그리운 금강산 갈등의 금강산

입력
200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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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함께 가는 모임이 있다.스무 명이 넘는 구성원들이 몇 년째 즐겁게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 자기 생각을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코스 교통편 숙박시설 식당 선정에 이르기까지 유능한 리더가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 딱 한번 이변이 있었다.

행선지를 금강산으로 정하자 몇 명이 반대하고 나섰다.

순하게 원만하게 리더의 결정에 따르던 사람들의 반대가 너무 완강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

금강산은 보고 싶지만,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정부의 자세가 마음에 안 들어 가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그들은 정치와 관련이 없는 전문직에서 일하고 있고, 사회개혁에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모두 10대에 6.25전쟁을 겪었고, 이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지지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을 보이콧한 것이다. 우리는 설악산으로 행선지를 바꿔야 했다.

분단 반세기 동안 금강산은 우리 모두에게 '그리운 산'이었다.

갈 수 없는 곳이기에 그리움은 더욱 애틋했다. 그러나 갈수 있는 곳이 된 지 4년만에 금강산은 갈등의 대상이 됐다.

금강산에 갔었느냐 가지 않았느냐, 금강산 관광 지원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됐다.

온 국민의 기대 속에 금강산 관광길이 열렸던 98년 11월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기대한 만큼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한에게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에게 그것은 매달 수십만 달러의 관광 대가를 현찰로 챙기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막대한 돈을 받는 동안 북한의 변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상당부분 무산됐다.

금강산 관광의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은 투자비와 금융비를 제외하고도 3년 동안 6,000억원의 손실을 입고 파산위기에 몰렸다.

연간 50만 명으로 예상했던 관광객이 3년 동안 42만 명에 그쳤다.

현대가 애초에 '금강산 효과'를 여러모로 잘 못 계산했다는 잘못도 있다. 그러나 육로개설과 관광특구 지정 등의 약속을 미루면서 관광대가만을 독촉하는 북한의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

금강산 관광은 어느덧 대북관계에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의 상징이 되었다.

현대그룹의 총체적 부실을 가져온 원흉이라는 과장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살리려고 집착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에 등을 돌리고 있다.

아름다운 금강산, 그리운 금강산의 이미지는 퇴색하고 있다.

"우리가 IMF사태를 통해 배운 교훈은 시장경제 원리로 민간사업과 정부사업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지난 연말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언급했던 홍순영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관광은 경제사업이 아니라 정치사업, 평화사업이다'라는 논리로 정부의 지원방침을 설득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월드컵을 앞두고 금강산 관광 활성화와 남북간 평화분위기 조성이 긴요하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대북관계에서 상호주의 적용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금강산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미련을 버린 후에 남북관계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지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산가족 1세대와 초중고생의 금강산 여행비 일부를 보조하겠다는 등의 방안은 임시방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확실한 활성화 방안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남한의 민심을 되돌리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의 조급증이 다시 도지고 있다. 정부의 조급증은 북한을 착각하게 하고,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높인다.

끈질기게 참을성 있게 북한의 약속이행과 관광대가 등에서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금강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조급증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갈등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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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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