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단위기에 놓인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리기 위해 23일 금강산 관광 경비 보조,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대출상환조건 완화 등의 지원대책을 발표했다.정부와 여당은 "장기적 안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돼야한다"며 정부 지원을 주장하는 반면, 야당과 보수층은 "정경분리 원칙을 어긋난 '대북퍼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찬성-박종우(민주당 정책위의장)
정부는 위기에 처한 금강산 관광사업 지속을 위해 정부지원 필요성 및 지원방향을 발표하였다.
금강산관광사업은 민간기업이 추진한 대북사업으로서 정부는 정경분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기업의 자율성과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여 왔다.
금강산관광사업은 민간기업의 수익성 문제와는 별도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무형의 효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즉 동해안에서의 도발침투행위의 중단ㆍ감소라던가 연평해전시 무력충돌의 확산 방지, 남북화해협력에 대한 신뢰감 형성,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으로 외국투자자의 한국투자 유치, 우리 국민의 북한실태 관찰과 통일교육 효과 등이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사업초기에는 투입이 산출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현대아산의 기대대로 관광객이 증대하거나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강산관광사업 활성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육로관광과 관광특구 등의 실현이라고 판단된다.
금강산관광특구 지정 의사를 나타내는 등 북한도 나름대로 금강산관광 활성화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은 남북대화 재개를 시사하였고, 전임 주한미국대사의 방북이 추진되고 있으며, 다음달 미국 부시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대화의 분위기도 성숙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지난해는 당국간 대화와 협력사업은 진퇴를 보였지만 민간차원의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는 꾸준히 진행되었다고 평가한다.
올해 우리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치루게 된다.
이러한 계기를 활용하여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강산관광사업이 중단되는 것보다는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궁극적으로 북한의 협력을 확보하여 남북화해협력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지원검토 배경이라고 본다.
정경분리원칙은 기업의 판단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정치적 이유로 남북경제협력사업을 민간에 떠맡기거나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지원까지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애초에 사업을 추진한 민간주체의 중심적 역할은 계속될 것이지만, 사업의 효과측면에서 공적 성격도 띠고 있음이 사실이다.
이산가족, 학생, 교사 등에 대한 관광경비 보조는 남북협력기금법상의 '남북간 왕래경비 지원'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내의 이산가족 1세대는 123만여명에 이르며 6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이 더 많다. 국민의 정부 들어 이산가족 상봉이 획기적으로 늘어났으나 이산가족 숫자를 생각할 때 해결의 시작에 불과하다. 고향 땅 가까이 가보고 싶은 이런 분들의 소망을 도와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자라나는 학생이 국내 수학여행 정도의 경비로 금강산관광을 할 수 있다면 분단현실에 대한 체험과 통일에의 의지를 다짐하는 좋은 현장교육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마련한 지원방향은 전반적인 남북관계와 궁극적인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제안이라고 본다.
다만, 관광특구 지정, 육로관광 실현 등 북측의 실천이 필수적이므로 이러한 협력 확보에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반대-이강두(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금강산 관광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직접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지난해 관광공사를 앞세워 파산지경에 이른 현대아산을 지원할 때만해도 내세우던 정경분리의 가면마저 벗어 던진 것이다.
그 동안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민간의 자율 결정에 따른 사업이기에 정부는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며 시장경제논리와 정경분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우리도 이왕 시작한 남북교류사업이 자력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시장에 의해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판정되어 파탄지경에 이른 사업을 국민의 혈세로 지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지원으로 시장에서의 퇴출을 우선은 면한다 해도 그것이 언제까지 버텨줄 것인가?
금강산 관광사업은 불평등계약으로 출발한데다 북한측이 가한 여러 제약으로 인하여 애초부터 지속적인 수요창출 전망이 없던 사업이다.
초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측면지원에 힘입어 이산가족이나 호기심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일회성 방문이 끝난 지금 이 사업은 사실상 시장의 퇴출 명령을 받은 상태다.
이러한 사태를 반영하여 현대아산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고 직원들 급료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올 들어 억지로 주 1회 관광선을 띄우고는 있으나 매월 운영적자가 30억원 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시장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IMF 국치 이후 우리는 시장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다.
이러한 합의의 이행에 어떠한 예외도 있을 수 없다.
현대아산에 예외를 인정한다면 지금까지 구조조정의 이름아래 없어진 수많은 기업과 근로자의 희생은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남북협력 사업이라는 간판만 달면 적자 사업이라도 국민의 혈세로 어떻게든 살리고 보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 사업이 남북을 잇는 '평화사업'이기 때문에 무조건 살려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 사업이 어떤 면에서 남북을 잇는 평화사업인가? 우리 관광객은 북한 주민과는 격리된 관광코스를 따라 지뢰밭을 가듯이 정해진 길로만 가야하는 관광에서 무엇이 남과 북을 잇고 있는가? 적어도 금강산 관광에서 남과 북의 만남은 없다고 보아야 하고 오직 북한의 '외화벌이사업'만 있을 뿐이다.
정부가 이 사업의 중단을 인정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김대중 정부가 내세우는 상징성에 그 비밀이 있음에 틀림없다.
현 정부는 실정으로 국정을 파탄시키고 급기야는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안은 채 물러가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유일한 치적으로 세울만한 남북관계 개선도 어느 것 하나 실질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진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붙들어야 할 절박한 입장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금강산 사업의 수명을 일시적으로 연명시킨다 해도 그 과실은 김정일 정권에만 이롭게 쓰일 뿐이다.
북한주민의 인권과 식량난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북녘동포와 북한의 경제개발을 도우려면 이를 위한 인도적 지원책을 강구해야지 협력사업의 미명아래 김정일 정권을 도와서는 안 된다.
■금강산 관광 현황
정부의 햇볕정책과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대북사업 의지가 맞물려 탄생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출발 당시에는 남북의 장벽을 허무는 역사적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1998년 11월 금강호 출항을 시작으로 98년 첫해 1만524명, 99년 14만7,445명, 2000년 21만2,224명 등 조금씩 관광객이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5만8,000여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당초 기대한 매년 50만명의 관광객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였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1억4,000여만 달러를 투자했던 현대아산은 이 과정에서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 현대계열사들이 출자한 4,500억원의 자본금이 잠식된 상태다.
공동사업자였던 현대상선도 1,500억원의 적자를 낸 후 지난해 6월 현대아산에 모든 권리를 넘기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관광선운항까지 떠맡게 된 현대아산은 매월 20~30억원의 적자를 내자 올 1월부터 월 10여차례 운항해오던 관광선을 월 4회로 축소했다.
현대아산은 이런 적자 속에서도 지난 3년 동안 북한 측에 관광대가로 3억7,900만달러를 지불했다.
1인당 200달러 꼴로 월 1,200만 달러를 주기로 했던 대가를 지난해 6월부터 1인당 100달러로 줄였지만 여전히 과다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아산은 자금사정 악화로 10월부터는 이마저도 지불하지 못해 관광대가 연체금이 102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금강산관광사업은 지난해 6월말 한국관광공사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아 450억원의 지원을 받아 일시적인 숨통을 틔웠다.
또한 북측과 지난해 6월 8일 금강산 육로관광 및 관광특구 지정에 합의, 장기적인 사업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북측의 내부사정과 전반적인 남북관계가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6ㆍ8 합의도 진전을 보지 못해 금강산 관광사업은 존폐의 위기로 몰렸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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