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피구와 같은 플레이메이커가 있다면 무슨 고민을 하겠습니까.”2년 전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할 3명의 와일드카드 선발을앞두고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중앙에서 공격을 총지휘할 확실한 선수 한 명만 있다면 와일드카드 선정에 고민이 없을 것이라는 하소연이었다.
월드컵을 눈 앞에 둔 거스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고민 역시 허 전감독과 다를것이 없다. ‘다양한 공격 루트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장담했지만 아직까지 공격의 루트를 개척할 플레이메이커 감을 발견하지못한 것이다.
최근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본선무대의 플레이메이커감으로 점찍은 선수는 이천수(고려대)와 박지성(교토)으로 좁혀지고 있다.
20일 미국과의 골드컵 1차전에 이천수를 내세운 히딩크 감독은 24일 오후 2시(한국시간)벌어지는 쿠바와의 2차전에 박지성을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한다.
21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항상 대표팀 체력테스트를 1, 2위로 통과하는 체력왕.또 다양한 전술을 소화해 낼 기본 자질을 갖추고 있고 스피드가 뛰어나며 정확한 프리킥 능력을 갖췄다. 이미 지난 해 초반 플레이메이커로 점찍은 고종수(수원)가 스피드가 느리고, 패스와 체력이 유럽팀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시한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천수 박지성의 문제는 기술과 경기 운영 능력. 샌디에이고 전지훈련 기간내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테스트 받은 이천수는 미국과의 경기서 상대를 압도할 만한 공격 지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에서의 볼키핑력이 떨어져측면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빈도가 높았고 그의 패스에 의한 중앙 돌파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들에 의한 측면돌파가 공격의 주를 이뤘다. 때문에 24일쿠바전에는 다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할 전망이다.
그는 “감독님에게 매일 혼나고 있지만 플레이메이커에 대한 자신감은 커지고 있다”며 ‘중원사령관’으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쿠바전에서 플레이메이커로 나서는 박지성의 의욕도 남다르다. “지난달 미국과의 평가전서 처음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경기 내용에는 썩 만족하지 못했다”며 “이 자리에 두번 째 출전하는 만큼 달라진 기량을 보일 수 있을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지구력이 뛰어나지만 좀 더 정확한 패스능력과 순간적인 골 결정력을 키우는 것이 그의 최우선 과제다.
한편 한국은 세계랭킹 75위 쿠바를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쿠바와 비기기만 하더라도 조 2위로 8강에 진출, 멕시코와 4강진출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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