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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병상 라이브' 너무 담담한데…가슴이 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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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병상 라이브' 너무 담담한데…가슴이 저린다

입력
2002.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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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앞으로 살 날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아주 일상적인 행위에도 각별한 의미를 두게 될 것 같다.하물며 자신이 평생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더욱 더. 1990년 세상을 떠난 고(故)김현식에게는 노래가 그랬으리라.

최근 발매된 김현식의 병상 라이브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5개월전 병원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모은 음반이다.

시작은 김현식이 병원에서 알게 된 어느 여자 환자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작은 녹음기로 만든 60분짜리 테이프.

김현식 사후 병원에서 퇴원한 그 여자가 김현식을 너무나 좋아했던 대학 후배 정희재씨에게 선물했다.

CM송 가수였던 정씨는 7, 8년 동안 틈만나면 테이프를 들으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음악을 들을수록 김현식의 마지막 순간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가요계 선후배를 찾아가 음반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눈 내리던 겨울 밤’ ‘추억만들기’ ‘그대 내 품에’와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등이 수록된 음반은 녹음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안고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묘하게도 김현식이 부르는 노래들은 전혀 극적이지 않다.

너무 담담하다. 마치 어느 허름한 선술집에서 술 한잔 앞에 놓고 흥얼거리는 듯하다.

옆에서 들리는 환자들의 목소리, 문 여닫는 소리, 카세트 녹음 버튼 누르는 소리 등의 ‘소음’이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위해 의도된 연출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들을 불렀을까.

김현식 병상 라이브는 분명 감상용 음반은 아니다. 하지만 열악한 녹음 환경과 끊어지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닳고 닳은 테이프를 대여섯 번씩 매만진 스튜디오 관계자들 덕분에 김현식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음악 이상을 전해준다.

생전의 김현식과 작업했고, 그의 생생한 육성을 은근하게 받쳐주고 있는 기타리스트 최태완의 공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그들은 음반 수익으로 김현식 묘소의 비석을 손보고 싶어한다. 추모 콘서트도 추진 중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일 김현식이 살아있다면 이 음반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냥 한번 씩 웃고 말려나…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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