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딱지 떼기에 목숨 거는 10대남자들(‘아메리칸 파이’)을 보면서 또래 여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한편으로는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것도 고민거리도 많은 그들의 좌충우돌에 공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난리법석일까”하고 의아해 했을 법도 하다. 그렇다면 진짜 오르가즘을 느끼는 데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10대 여자애들은?
‘걸스 온 탑’(Girls OnTop, 감독 데니스 간젤)은 ‘아메리칸 파이’의 독일 여성판.
단짝 친구인 잉켄(다아나 암프트), 빅키(펠리시타스 볼), 리나(카롤리네 헤어퍼스)는 변변한 남자친구 하나 없이 시끌벅적한 파티만 쫓아다닌다.
남자와의 하룻밤 자체보다 오르가즘에 대한 궁금증이 크지만, 좀처럼 기회는 오지 않는다.
남자친구 혼자만 즐기고 끝나는 데 실망한 잉켄은 인터넷 채팅으로 오르가즘을 선사해 줄 상대를 찾고, 남자경험이 풍부한 척하던 빅키는 레즈비언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밴드보컬 닉을 사랑하게 된 리나는 유혹작전에 돌입하지만 상황은 예측과 거꾸로 돌아간다.
목표지점을 향해 멀리 돌아가는 동안 이들은 자전거의 특별한 용도를 발견한다.
하지만 결국 세 주인공이 찾아낸 건 사랑이었다. 가까이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파랑새처럼 먼 길을 돌아와서야 오르가즘보다 사랑이 소중함을 깨닫는다.
여성적 관점에서 성에 대한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여성 시나리오 작가인 마기 페렌을 특별히 투입했다.
주인공들의 삶을 보면 10대의 성에대한 고민도 어른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10대의 호기심을 가장해 어른들이 호기심을 채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25일 개봉. 18세 이상관람가.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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