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3일 야당과 보수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 중단 위기에 처한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방침을 발표했다.그러나 정부의 조치는 위기에 처한 이 사업의 명맥을 이어가도록 하는 수준에 불과해 금강산 관광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조명균(趙明均) 교류협력국장은 “매월 40억~50억원의 매출이 있어야 사업이 유지된다”면서 “정부 지원은 뱃길을 이어가게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 지원배경
정부가 야당의 강한 반대 속에서도 지원방침을 밝힌 것은 햇볕정책의 최대 성과로 간주돼 온 이 사업이 관광객 감소와 북측과의 협상 지연으로 존폐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올해는 월드컵과 양대 선거 등 중요한 국제행사와 정치일정을 앞두고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각별히 중요하다”며 “금강산 관광은 평화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 꾸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지난해 11월 6차 장관급회담 후 막혀있는 남북 당국간 회담의 물꼬를 트겠다는 기대도 갖고 있다.
조 국장은 “필요하다면 우리가 먼저 금강산 육로회담을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원내용
정부의 조치는 크게 ▦한국관광공사에 남북협력기금 대출 상환조건 완화 ▦관광경비 보조 ▦금강산 현지 외국상품판매소 허용 등 3가지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6월 관광공사에 빌려준 남북협력기금 900억원에 대한 이자율 등을 낮춰줌으로써현대아산에 ‘돈줄’을 터줄 계획이다.
그 동안 관광공사는 한푼의 이윤도 없으면서 이자만 물게 되자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관광공사는 무이자, 원금상환 유예등을 요구한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남북간 왕래 경비 지원’차원에서 남북협력기금에서 수학여행단 및 교사, 이산가족 1세대 등에게 10만~20만원 안팎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금강산관광객이 늘고 현대아산이 자립할 여건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등산과 온천, 교예공연 관람만으로는 관광객의 발길을 잡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면세점 설치를 허가키로했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요구한 카지노 사업은 강원지역주민의 반발등을 고려, 불허입장을 분명히 했다.
■응급조치
정부의 조치는 민간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현상유지에 치중한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다.관광공사는 단번에 현대아산에 '목돈'을 쥐어주는 게 아니라 매달 20억~30억원씩 나눠주기로 했다.이는 사업유지 비용에 불과하다.또 내국간 거래 원칙을 파기하고 외국상품 판매소 설치를 허용했으나 수익으로 연결될 지 의문이다.또 관관경비 보조 방침은 형평성 문제가 있어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한국개발연구원(KDI)조동호 북한연구팀장은 "정부의 도움은 현대아산의 경상비를 보전하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지분을 매입하는 등 근본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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