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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형택'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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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형택'참회록

입력
2002.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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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씨가 )도저히 자격이 안되는 건 알아요.그쪽에서 세게 밀어붙이는데 어쩝니까.국가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1999년 초.재정경제부와 금융가에는 대통령의 처조카 이씨가 예금보험공사 전무로 간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당시 재경부를 출입하던 기자는 진상을 캐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몇몇 인사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가능성이 높다'는 심증을 굳힌 후 '서류상의 임명권'을 갖고 있던 재경부 고위관계자를 찾았다.

다짜고짜 "맞아요?"라고 묻자 "골치 아파요.문 닫은 은행 사람인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당시 금융가에서는 '예보 전무 이형택'소식은 '소도 웃을 일'로 치부됐다.예보는 만신창이가 된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은행 구조조정의 전위대로 만든 기구였고,이씨는 1년전만 해도 은행 부장급,그것도 퇴츨은행의 부장급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씨는 따가운 시선을 뚫고 예보에 입성했다.

그때 기자는 '예보 전무 이형택'의 막전막후를 소상히 기사로 작성했지만 모처의 읍소와 압력으로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요즘,이씨는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인 보물선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국정감사에서 위증한 혐의 등으로 검찰 소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행적을 목도하면서 또 한번 참담한 심정을 지우기 어렵다.YS정권 시절 김현철씨의 '비행'을 방관했던 언론들이 그가 구속되자 '참회록'을 썼듯이 또 참회록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발 밑을 잘 살펴야 했다'는 YS시절 언론의 반성문을 또 되뇌야 하는 심정은 더욱 비참하다.이 참회록이 마지막이기를 각오하고 빌 뿐이다.

김동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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