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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정치생명 중대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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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정치생명 중대위기

입력
2002.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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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부터 사실상 연금 상태에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73)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갈수록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이스라엘과 미국은 22일 발생한 유혈 사태의 책임을 아라파트에 돌리는 등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는 반면, 자살폭탄 테러 중단을 선언했던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해 아라파트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스트 아라파트’를 놓고 팔레스타인 내부의 권력 투쟁설이 나오는가 하면 아라파트의 수반직 사임설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한 달 여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 백명의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을 체포한 아라파트의 노력은 내부 저항에 부딪쳐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2일 나블루스에서는 28명의 하마스 행동대원 석방을 요구하며 팔레스타인 주민 5,000여 명이 경찰서와 교도소에 돌을 던지고 경찰차 여러 대에 불을 질렀다.

결국 자치 정부는 주민 진정 차원에서하마스 대원 1명을 일시 석방했다.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봉기) 선언 이후 1년 반 만에 1,000명(팔레스타인 815명, 이스라엘 246명)을 넘어선 양측의 희생을 막기 위한 노력은 최근 사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압박도 여전하다. 라난 기신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의 예루살렘 거리 총격 사건 직후 “아라파트와 자치 정부가 상황을 악화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아라파트 수반에게 다시 한번 이런 공격을 종식시키고 책임자들을 재판에 회부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당국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동 분쟁 해결의 중재를 맡은 앤터니지니 특사가 중재 역할을 포기했다는 설과 미국이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단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니 특사는 아라파트 수반을 신뢰할수 없는 데다 다시 중동을 방문한다 해도 사태의 진전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느낀다며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에게 특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카타르의 위성 TV 알 자지라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언론들은 아라파트가 사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는등 아라파트의 정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임을 시사했다.

아라파트가 최근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순교자로서 팔레스타인국가 수립을 보겠다”고 말한 것도 그의 현재의 심정이 20년 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시절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에 포위됐던 때와 같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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