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문제로 티격태격하던 백화점과 신용카드 업계가 이번엔 연 7조원 상품권시장을 놓고 일전을 벌일 태세다. 충돌의 도화선은 삼성카드가 22일 야심차게 선보인 ‘삼성Gift카드’. 액면가 한도 내에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사용할수 있으며, 타인에게 양도도 가능한 신개념의 선불식 카드상품이다.백화점 업계는 이 상품이 유통업체들의 텃밭인 상품권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업권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미 이 카드의 결제를 거부한다는 내부방침까지 세워둔 상태.
특히 삼성카드에이어 다른 경쟁업체들도 유사한 형태의 상품권형 카드를 잇따라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삼성Gift카드는 사용처가 특정 유통매장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다는 점에서백화점 업계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은 해당 백화점이나 제휴 관계인 할인점에서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지만 이 카드 상품은 일반 신용카드와 똑같이 모든 백화점에서 자유롭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식당이나 주유소, 술집 등 전국 160만개 카드 가맹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한게 특징이다.
게다가 상품권의 경우 개인들은 현금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만 Gift카드는 신용카드로도 구입할 수 있어 요즘처럼 선물 수요가 많은 설을 앞두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 만 하다.
롯데백화점 상품권 담당 매니저는 “Gift카드는 유통방식이나 쓰임새로 볼 때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는 신용카드라기 보다는 변칙적인 형태의 상품권”이라며“상품권 매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법률적 검토작업을 거쳐 카드 수용을 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가 아닌 이상 손님의 카드 사용을 거절할 경우 받는 법적 제재조치를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백화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Gift카드는) 상품권보다 범용성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기존 상품권 소비자들을 빼앗아 갈 공산이 크다”며 “상품권이라면 상품권법 상 반드시 소정의 인지세를 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법의 허점을 악용해 잇속을 차리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는 Gift카드가 선물용으로 개발된 카드임은 분명하지만 상품권이라기보다는‘기능이 업그레이드 된 선불카드’의 성격이 짙다며 설 특수를 겨냥해 판촉활동을 본격화할 태세다.
전화카드나 지하철 정기승차권 같은 선불카드에 신용카드 조회 서비스를 추가, 범용성을 높인 카드상품이기 때문에 백화점 업계가 거절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공방은 2000년 3조원→ 2001년 4조5,000억원→ 올해 7조원으로 해마다 50% 이상씩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품권 시장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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