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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점 부끄럼 없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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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점 부끄럼 없다더니

입력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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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씨가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으로 떠올랐다.그가 이용호씨의 벤처 주가 조작에 이용된 보물선 발굴 사업을 주도한 증거를 특별검사팀이 밝혀낸 것은 게이트 배후에 권력 주변 인물이 있다는 의혹을 확인시킨 셈이다.

이 의혹을 숨기는데 검찰까지 한 몫 한 것이 공권력의 총체적 신뢰 위기를 초래했음이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원과 검찰 등 여러 국가기관이 그토록 터무니없이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 벤처 사기를 지원하거나 비리 은폐에 가담한 연유도 해명됐다.

한갓 젊은 벤처 기업인에게 놀아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처조카의 위세에 영합하거나 주눅들어 책무와 위신을 헌신짝 버리듯 한 것이다.

권력뿐 아니라,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이제 특검이 할 일은 우선 이씨가 보물선 사업과 주가조작을 통해 시세 차익 154억원 가운데 얼마를 챙겼는지 등 비리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

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위증 혐의 등도 추궁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개인 비리 혐의는 나라를 뒤흔든 게이트의 핵심이 아니다.

그가 보물선 사업과 주가 조작을 추진하는 것을 국가기관이 도와주고, 사기극이 탄로 난 뒤 이를 은폐, 축소한 의혹이 게이트의 중심이다.

따라서 국정원과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와 금감원과 검찰 등 사정기관의 과오를 추궁하는 데 진상 규명 노력이 집중돼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씨가 정치자금 조성을 위해 주도적으로 일을 벌였다는 의혹이다. 처음부터 이용호 게이트가 아니라, 이형택 게이트라는 얘기다.

국정원 조직이 이용호씨를 적극 지원하고 비호한 희한한 행태를 이해하기 쉽게 한다.

검찰이 의혹 수사를 미적거리고, 이형택씨에게 일찌감치 면죄부를 준 속사정을 짐작케 한다.

전ㆍ 현직 검찰 간부와 대통령 민정수석까지 그토록 주저없이 얽혀 든 연유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이형택 게이트는 단순한 대통령 친ㆍ인척 비리 의혹이아니다. 공권력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통치권의 기반까지 훼손한 일대 스캔들이다.

특별검사가 이 스캔들의 진상을 파헤치는 것은 대통령과 공권력에 아픈 상처를 남기겠지만, 어지러운 국정과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검의 분발을 기대하며, 공권력의 겸허한 반성과 개혁 노력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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