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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키여행 '삿포로'…슬로프에 나 홀로…숲만이 날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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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키여행 '삿포로'…슬로프에 나 홀로…숲만이 날 지켜본다

입력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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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해.스포츠가 가깝고도 먼 나날 일본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또 하나의 테마는 여행.그 전위대는 스키 여행이다.일본의 스키최고의 명소는 삿포로와 나가노,모두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아름다운 설국이다.4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우리의 스키 시즌이 서서히 마무리되는 2월 중순께면 국내 스키어들이 무척 그리워한느 곳이다.삿포로의 사호로 스키리조트와 나가노의 스키마을 하쿠바를 다녀왔다.≫

홋카이도(北海道)의 바람이 매섭다. 지독한 눈보라다.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스키 리프트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막막하다. 680m, 46개의 리프트 앞뒤를 둘러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리프트에서 내려서자마자 활강을 시작한다.

긴 슬로프를 홀로 내려간다. 스키 코스를 알려주는 삼나무 숲만이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눈보라마저 눈 앞에서 정지된 속도감.

일본 홋카이도 사호로(狩勝) 리조트. 스키 천국인 그곳은 온통 눈에 잠겨 있었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30분. 훗카이도의 중심인 삿포로(札幌)에 도착해 다시 일본철도(JR) 특급열차로 갈아탄 지 1시간 24분.

선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 창 밖은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야스나리(川端康成)의 말이 맞았다. ‘긴 터널을 빠져나가자, 설국(雪國)이었다.’

삿포로에서 북동쪽으로 150㎞ 떨어진 사호로 리조트는 1년에 6m 가량 눈이 내린다.

16개의 슬로프가 사호로산(1,059m) 자락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고급자용 6개, 중급자용 4개, 초급자용 6개의 슬로프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

한국의 스키장을 상상하면 안 된다. 짧게는 300m에서 긴 슬로프는 3㎞에 이른다. 인공적인 안전망도 없다.

자연설을 치우지 않아 양 옆으로 허리까지 차는 눈이 자연스레 스키 코스를 인도한다.

20~30m높이의 삼나무와 자작나무 숲 사이를 뚫고 내려가는 기분은 산악 스키의 스릴에 비견될 정도다.

제설기로 뿌려대는 인공 눈에 지친 한국 스키어들에게는 환상의 코스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자연설이 플레이트에 미끄러진다.

일부러 인공 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밤 사이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이 이곳 스키장의 일과다. 훗카이도는 1주일에 6일은 눈이 내린다.

1월 평균기온이 영하 5도. 훗카이도 내륙인 사호로 리조트 역시 계속 눈발이 흩날린다. 하지만 금방 녹는 눈이 아니다.

옷에 묻었다 툭툭 털어내면 쉽사리 떨어져 나가는 빙질이다. 그래서 눈이 많이 와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고지대라 그런지 눈보라가 꽤나 매섭다. 고글을 쓰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방한 장비를 적절히 갖췄다면 한국에서는 즐길 수 없는 눈보라 속 스키도 새로운 쾌감을 준다.

스노보드를 타고 옆을 스쳐 지나가며 위협을 하는 사람도, 부딪힐 만한 사람도 없다.

리조트에 머무는 사람만이 이용하는 스키장이기 때문이다. 객실 185개. 스키어가 몰려 가장 붐빌 때 500명 내외가 이용한다.

황제의 스키가 따로없다. 스키 초보자라도 겁을 내지 않게 된다. 마음껏 재주를 피우며 왼쪽 끝, 오른쪽 끝으로 턴을 한다.

초보부터 고급 기술까지 8단계의 스키 강습이 진행된다. 강습료는 무료. 다만 스키 장비를 빌리는 데 한국 돈으로 5만 원 내외가 소요된다.

오후 4시. 리프트가 운행을 멈춘다. 북위 46도라는 지리적 제약 때문에 해가 일찍 진다.

그래도 아쉽다면 오후 6시까지 운행하는 중급 코스에서 야간 스키를 계속 즐길 수는 있다.

사호로 리조트는 단순히 스키만 타다 가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는 스키 이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우선 스키와 추위에 지친몸을 사우나에서 달래본다. 수영복도 잊지 말고 가져가야 한다. 수영장과 캐나다식 노천 욕탕이 오후 11시까지 개방된다.

이밖에 스쿼시 코트와 포켓볼풀, 탁구대 등이 갖춰져 있다.

밤마다 벌어지는 독특한 파티 문화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클럽 메드가 운영하는 리조트 특성상 각종 테마 파티가 이어진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일본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것이 조금은 답답한 문제. 만국의 언어인 ‘몸짓’을 이해한다면 흥겨운 밤을 보낼 수 있다.

오전 9시. 다시 리프트 운행이 시작된다. 이틀 내내 스키를 탔지만 숲 속을 가르며 질주하던 기억이 아련해진다.

장비를 챙겨들고 눈 밭을 헤쳐 리프트에 오른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 심호흡을 크게 하고, 1분 30초 만에 슬로프를 타고 내려온다.

‘아, 스키의 즐거움은 속도의 상쾌함과 혼자가 된 고독감이었구나.’ 일본의 스키 천국, 훗카이도 사호로에는 또 다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게요리·맥주·우동 꼭 드세요

서울에서 삿포로까지는 월 수 목 금 일요일 5차례 대한항공이 왕복 운항한다.

비행시간 2시간 30분 내외. 클럽 메드(02-3452-0123)는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한국 주간을 마련했다.

3박 4일 코스에 12세 이상 성인이 123만~126만 원 대. 식사는 뷔페식으로 준비되며 쾌적한 2인용 객실에 투숙할 수 있다.

삿포로 시내 관광을 포함하는 4박 5일 코스도 준비 중이다.

삿포로에 들른다면 빼놓지 말아야 할 음식이 세 가지 있다.

게요리와 삿포로 맥주, 우동. 특히 삿포로 시내 비어가든은 1876년 일본 최초의 맥주공장이 세워졌던 자리를 음식점으로 개조했다.

불판에 구워먹는 각종 해산물, 고기에 삿포로 맥주 한 잔이 그만이다. 시내 중심가 스스키노 거리의 라면 골목에는 삿포로 우동과 라면을 파는 가게가 200곳이 넘는다.

■삿포로의 겨울

삿포로는 130여 년 전 메이지(明治) 시대부터 개척이 시작된 일본의 대표적인 계획도시다.

인구 180만 명이 넘는 일본5대 도시 중 하나.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면 바둑판처럼 정리된 구획이 눈에 들어온다.

북유럽풍 도심 곳곳에 녹지 공원이 자리해 깨끗한 느낌을 준다. 지도를 들고 한나절이면 시내를 돌아볼 수 있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을 빼놓고 삿포로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눈축제(유키마쓰리).

올해로 53회째인 이 축제는 세계 3대 눈축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도심 한 중간에 위치한 오도리(大通) 공원은 축제 때가 되면 눈으로 빚어진 환상세계로 변신한다.

폭 65m, 길이 1.5㎞의 공원이 온통 동화 속 겨울궁전이 된다. 골조를 세우고 삽과 도끼를 이용해 거대한 눈 조각 건물을 세운다.

엄청난 규모와 크기를 자랑한다. 도쿄(東京) 북단 최고의 번화가인 스스키노거리에서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은 얼음조각도 전시된다. 올해 행사기간은 2월 5~11일.

삿포로를 한 눈에 내려다보기 위해서는 1972년 동계올림픽 무대였던 오오쿠라(大倉)산 스키점프대를 찾으면 된다.

올해는 공사 중이라 스키점프 대회 때만 개방된다. 히쯔지가오카 전망대도 넓은 평원 너머 삿포로시내를 바라다 볼 수 있는 명소. 눈축제 전시관도 있다.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천 탐방. 훗카이도에는 200여 개의 온천이 있다.

삿포로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걸리는 죠잔케이(定山溪) 온천은 도시 개발과 맞춰 조성된 온천가다. 당일 코스로 산과 계곡을 바라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삼나무와 자작나무 숲은 헤치며 길 슬로프를 타고 활강한다. 속도의 쾌감과 스릴이 가득하다. 스쳐가는 사람 하나 없다. 일본 훗카이도 사호로 스키장에서 홀로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

/사호로(일본)=글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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