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받지 않고 단 둘이 혹은 혼자서 칵테일이나 맥주 한 잔. 분위기를 타는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바(Bar) 풍경이다.클래식 음악이 감미롭고 바텐더의 손놀림이 볼 만한 곳. 그렇지만 무언가 허전하고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을 땐?
심야의 이색 바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색 바에선 밤마다 마술쇼와 할로윈 데이의 분장 파티가 펼쳐지고 깜찍한 애완견들이 테이블을 누비고 다닌다.
술과 간단한 음료와 더불어 색다른 눈요깃거리가 있는 서울의 심야 이색 바를 찾아본다.
▲‘수리 수리 마수리, 얍!’-알렉산더
모자에서 비둘기가 나오고 사람 목이 잘리는 등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환상의 마술쇼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국내 유일의 매직 전문 바.
원로 마술사 이흥선(73)씨의 외손자이자 방송 매체에서 낯익은 마술사 김정우(30)씨가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 마술, 링 마술, 동전 마술 등 종류가 매일 바뀌며 손님이 마술에 참여할 수 있다.
깜짝 생일 파티나 특별한 프로포즈를 하고 싶은 친구, 연인들을 위해 맞춤 마술 이벤트도 해 준다.
20여 평의 크지 않은 공간에 마술을 할 수 있도록 스탠드 넓이가 일반 바보다 2배 가량 된다. 실내 인테리어가 마술쇼에 어울리도록 만들어져 있다.
입구에 마술 소품이 진열돼 있고 벽면 여기저기에 카퍼필드, 론 닐슨 등 세계적 마술사들의 마술쇼 사진이 걸려있다.
일반 바와 달리 입장료(음료 포함) 1만 5,000원을 내야 한다. 영업 시간 오후 7시~밤 12시. 홍익대 앞 피카소거리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 옆 골목 50m. (02)333-3505.
▲ ‘마녀로 분장해 봐?’- 해열제
마녀, 귀부인, 신부, 흑인 등 독특한 캐릭터로 분장하고 술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 있는 분장실에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고르면 분장사가 옷, 마스크, 액서세리 등을 캐릭터에 맞게 꾸며준다.
얼굴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진하게 분장하면 내가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방송사에서 분장 일을 했던 김유(33) 매니저 등이 운영하는 이 곳은 전체 분위기가 공포스럽고 환상적이다.
한쪽 벽면에는 그간 이 곳을 방문한 손님들의 분장 모습이 사진으로 걸려 있고 의자를 비롯한 인테리어가 빨강색과 검은색 위주로 돼 있다.
음산한 공포 영화 음악이 흘러 나오며 이따금씩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효과를 더해준다. 신촌 현대백화점 건너편 도미노피자 골목으로 100m. 기본 분장료 3,000원. 오후 6시~새벽 2시. (02)332-8955.
▲‘어, 개들이 돌아다니네’- 바우하우스
40평 크기의 실내에 들어서면 품안에 쏙 들어오는 시추부터 어린이를 태우고 다닐 만한 콜리까지 다양한 종류의 애완견들이 테이블과 소파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애완견 마니아 정진우(36) 사장은 애완견 11마리를 이 곳에 자유롭게 기르고 있다.
손님들도 대부분 애완견 마니아여서 개를 동반하고 온다.
손님들은 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 만나도 금방 친해진다.
애완견 마니아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즉석에서 개 분양이 이뤄지기도 한다. 정 사장은 다음 사이트(www.daum.net)에 애견 동호회 ‘바우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하철 6호선 성수역 1번 출구에서 극동방송국 방향 세븐일레븐 옆 골목. 오후 2시~밤 12시 30분. (02)334-5152.
일산 신도시 호수공원 옆 윌비(031-906-0456)도 애견 전문 바로 유명하다.
▲바이킹과 엘비스를 만나는 곳-비크ㆍ엘비스
종로구 명륜동 비크(02-766-2936)는 건물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온통 바이킹을 연상하게 꾸몄다. 중세 유럽의 회벽집으로 된 건물에 들어가면 입구에 칼을 들고 앞으로 돌진하는 바이킹 전사 동상이 있고 바이킹이 즐겼던 흑맥주를 즐길 수 있다.
종로구 관철동 엘비스(02-730-3022)는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테마로 꾸민 ‘엘비스 전문 바’이다.
입구에 전자기타를 든 엘비스 간판이 있고 1960년대 기름 주유기 같은 장식물이 있는 실내에서 엘비스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바 100배로 즐기기
바(Bar)는 가로장을 뜻하며 16세기 유럽의 술집에서 손님의 말을 매어놓기위해 가게 옆에 말뚝을 여러 개 박고 가로장을 걸어놓은 것에서 유래했다.
요즘의 바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원래는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출발했던 것이다.
바는 서울 이태원에 처음 생겼다가 고급 호텔과 강남을 거쳐 이제는 신촌, 대학로, 종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에 들를 때 특별한 격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요령과 상식을 알고 가면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정통 바에 대한 고정 관념을 고집하기 보다는 취향에 맞춰 고르자. 최근 바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유형의 바가 생겨나고 있다.
나비 넥타이 차림의 바텐더를 둔 정통 바 외에 전문 DJ를 둔 초대형 바, 테크노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락 바, 수십 가지의 맥주를 제공해 호프집에 가까운 바가 있다.
물론 이들 업소도 바의 공통점인 트인 공간과 술, 음악이 있다.
바에선 양주를 대개 잔으로 주문하며 과즙이나 콜라 등을 섞어 칵테일로 마신다. 1잔에 7,000~1만 5,000원.
정통 바에 들른다면 바텐더와 지배인 이름 정도는 기억해 두자. 바 직원들은 대부분 로저, 캐빈, 프레비 같은 영어 애칭으로 불린다.
바텐더가 손님을 차별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애칭을 알고 있는 손님에게 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마련이다.
바텐더를 알아두면 바에서 사람을 사귀기에도 편리하다. 바텐더는 혼자 오는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손님을 소개해 준다.
바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자유이지만 상대를 간섭하거나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
술을 얼마든지 마셔도 되지만 주정을 부리면 눈총을 받는다. 적당히 취했다 싶으면 남은 술을 보관(keeping)하면 된다.
칵테일을 주문하면 취향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조절해 준다. 바마다 일반 칵테일 외에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내세우는 칵테일이 있다.
이런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텐더의 화려한 칵테일 쇼를 볼 수 있다. 또 바마다 손님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일요일이나 주중 하루 정도는 할인과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레이디스 나이트, 선데이 페스티벌 등 갖가지 이름이 붙은 날들을 기억해두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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