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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4)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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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4)프랑스

입력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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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조국에서 열린 월드컵서 프랑스는 샹송만큼이나 부드러운 패스, 포도주처럼 숙성된 조직력이 돋보이는 ‘예술축구’로 중무장했다. 개최국 프랑스는 꿈에 그리던 국제축구연맹(FIFA)컵을 품에 안았고 이후 레블뢰(Les Bleus, 푸른군단) 전성시대를 열었다.유럽선수권(유로2000), 2001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잇달아 정상을 지킨 프랑스는 지난 해 5월 브라질을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한일월드컵의 목표는 당연히 이탈리아, 브라질에 이은 사상 3번째 2회 연속 월드컵 우승이다. 축구황제 펠레가 이끈 브라질이 1962년 2연패(連覇)에 성공한 지 40년 만인 올해 프랑스가 대기록에 동참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확률이 50% 이상이다.

▼저물지 않는 프랑스 축구

CNN은 최근 월드컵본선진출 32개국의 전력분석을 하면서 프랑스를 우승후보 1순위로 꼽았다. 탄탄한 수비, 완벽한 미드필드, 재능있는 공격수를 갖춘 프랑스축구는 약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로저 르메르감독이 베스트 11을 확정하는 데 두통을 일으킬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4명의 일자수비를기본으로 한 프랑스는 4-3-3 또는 4-3-1-2 등 상황에 따라 시스템이 다양하게 변한다. 공격형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과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릭 비에이라(아스날) 등은 카리스마가 있는 공수의 조율사다.

공수전환 및 경기 흐름을 조절하면서도 찬스 땐 강한 골 결정력을 과시한다. 지단이 프랑스월드컵, 비에이라가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서 결승골을 터뜨렸을 정도.

최전방 공격수 티에리 앙리(아스날)는 타고난 스피드에 기술,침착함까지 갖췄고 다비드 트레제게는 골감각이 뛰어나다. 수비의 핵 로랑 블랑이 은퇴했지만 아직도 빅상트 리자라쥐(바이에른 뮌헨)-릴리앙 튀랑(유벤투스)-마르셀드사이(첼시)의 수비라인은 세계 최강으로 꼽힌다.

프랑크 르뵈프(마르셀) 윌리 사뇰(바이에른 뮌헨) 실베스트르(맨체스트 유나이티드) 등 대체 수비요원들의수준도 세계 정상급이다.

▼원정징크스와 우승피로증이 최대의 적

컨페더레이션스컵예선전을 한국에서 치른 리자라쥐는 “유럽과 한국은 호텔뿐만 아니라 TV, 신문, 일상문화등 다른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시차가 크고 문화가 이질적인 아시아에서 적응하기 위해 프랑스는 지난해 두 차례 원정 친선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호주, 칠레전서 보여준 모습은 기대이하 였다. 한국의 풍토에 얼마나 빨리적응하느냐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승피로증 역시큰 걸림돌. 98월드컵과 유로 2000,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연속 석권한 뒤 올 수 있는 방심이 프랑스의 유일한 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르메르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조별추첨 직후 “세네갈, 덴마크, 우루과이는 하나같이 까다로운 상대”라고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프랑스 성공은 '20년 투자'의 결실

‘이제는 프랑스를 배우자.’ 프랑스가 세계 축구강국으로 군림하면서 세계 각국은 브라질 대신프랑스 축구를 벤치 마킹하고 있다. 프랑스축구의 성공비결은 집중적인 투자. 로저 르메르 대표팀 감독은 프랑스 축구의 성장 원동력에 대한 질문에 늘 “축구협회(FFF)와 정부의 20년에 걸친 지속적인 투자”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전수와 신세대 발굴은 프랑스축구협회가 설립한 축구기술센터(NTC)와 프로클럽이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양성센터 2곳을 통해 이뤄진다.

축구협회가 1988년파리 남서쪽 클레르퐁텐느 앙 이블린에 세운 NTC는 해마다 2억 프랑(약 360억원)을 투자, 엘리트 360명을 교육시킨다. 13,14,15세부로 나뉘어진 유소년 꿈나무는 전국 곳곳의 6개 기술센터에서 각각 60명의 기술위원으로부터 눈높이 지도를 받는다.

프랑스 프로축구리그(LNF)소속 38개 클럽이 의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양성센터 역시 큰 힘이 된다. 1부 18팀, 2부 20개팀이 유소년, 15세이하, 17세이하,20세이하로 구분해 운영하는 교육기관은 국제축구연맹(FIFA)에게 A급 교육기관으로 찬사를 받았다.

인근 학교에서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받은 뒤축구공을 다루게 되며 숙소는 호텔급. 잔디 등 경기장 시설 또한 탁월하다. 등록선수 220만명 중 21세이하가 무려 100만명. 프랑스 축구의오늘은 바로 저변과 완벽한 교육시스템이 만든 것이다.

■자케 뒤이은 르메르 대표팀 감독 '경력·지휘방식' 닮은꼴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1998년 7월 당시 프랑스 대표팀 보조코치였던 로저 르메르(61)는감독 계약서에 서명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은 지나치리 만큼 싸늘했다. 전임 감독 에메 자케(61)가 쌓아올린 세계 최고의 축구산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르메르는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비아냥댔다. 실제 르메르의 경력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15년의 현역 시절 공격수와 수비수를 오간 르메르는 우승 트로피를 구경조차 못했고 11년 동안 프로클럽이 아닌 군대팀을 지휘했다. 프랑스월드컵 개막 불과 6개월 전 ‘자케사단’에 합류한 르메르는 자케가 월드컵 후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하자 사령탑에 올랐다. 후임에 고심하던 프랑스축구협회가 결국 명성보다 연속성을 중요시한 덕에 영광의 자리를 차지했다.

위기의 르메르는 첫 시험무대인 유로2000에서 프랑스를 16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마저 제패, 명장대열에 올랐다. AP통신은 르메르는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이제 완전히 씻어냈다고 평가했다.

르메르는 자케의 후계자이지만 닮은 점이 많다. 우선 평범했던 경력과 언론의 따가운 눈총을 성적으로 이겨냈다.

생테티엔과 리용에서 16년 동안 몸담았던 자케는 국가대표로단 2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조직력을 내세운다는 점도 비슷하다. 기량이 비슷한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는 스쿼드 시스템(squad system)을선호하고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는 지휘방식은 자케의 스타일을 물려 받은 것이다.

전술 역시 자케가 처음 시도한 4-3-2-1(일명 크리스마스트리포메이션) 시스템을 위주로 한다. 스피드를 갖춘 공격수를 선호해 약간의 변형을 주긴 했으나 큰 틀은 유지하고 있다.

“자케의 임무를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던 르메르의 과제는 월드컵 우승이다. 조국에 첫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안긴 자케는 현재 프랑스언론으로부터 팡테옹(Pantheon)에 들어가야 할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파리 중심부 쥬느비에브 성녀의 언덕에 위치한 교회 팡테옹은 루소, 볼테르, 에밀 졸라등 프랑스 위인들이 영면하고 있다. 르메르도 우승을 일궈낼 경우 제2의 자케가 될 수 있다. 마치 자케가 밟았던 길을 따라 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축구는 삶의 일부…예술에도 영향

1년 동안 전국곳곳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가 무려 100만회. 프랑스가 축구의 나라임을 상징하는 숫자다. TV를 켜도 축구를 빠뜨리지 않고 시청할 수 있다.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은 축구는 오래 전에 예술작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선구자는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졌던 알베르 카뮈였다.

1957년 노벨문학상수상 직후 카뮈는 “인간으로서의 윤리나 의무란 축구선수로서 지녀야 할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축구가 삶의 축소판이라는 데 주목한 그는 소설 곳곳에서 알제리의 대학 팀에서 골키퍼로 활약했던 경험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브나이, 봉, 라플라스 등에게도축구는 훌륭한 소설의 소재가 됐다.

축구는 영화에도 등장했다. ‘베어’ ‘티베트에서의 7년’ ‘장미의 이름’ 등을 감독한 장 자크 아노는 1978년 축구를 소재로 한 ‘돌출행동(Coup De Tete)’을 제작했다.

극중 센터포워드로 출연한 파트리크 듀아리는부정에 대한 유혹을 물리친 대가로 구단은 물론 단골 술집에서 마저 쫓겨나는 인물로 그려진다. 체이크 두쿠레는 94년 ‘골든볼’, 모리스 피알라는 95년 ‘가르슈’ 등에서 축구를 영화소재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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