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음 달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주의 이슬람 분리주의자 세력 소탕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중국 국무원은 21일 오사마 빈 라덴과 신장 자치주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동투르크스탄 이슬람 운동(ETIM) 세력과의 지원 관계를 상세히 기술한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ETIM이 빈 라덴으로부터 무기와 탄약, 자금을 공급 받아 신장에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한 성전(聖戰)을 구실로 각종 테러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등의 알 카에다 캠프에 위구르족을 수용, 테러 훈련을 시킨 뒤 이들을 신장으로 잠입시켜 세포 조직을 구성하고 테러를 결행하는 활동을 펴도록 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중국 경찰 당국은 알 카에다 캠프에서 훈련 받은 위구르족이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ETIM 테러범들이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버스 폭파, 암살 등 약 200여건의 테러를 감행, 현지 관리 등 162명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9ㆍ11 테러 후 분리주의 조직을 테러단체로 규정, 대대적인 단속 활동을 펴면서 이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예시된 ETIM의 각종 테러 범행에는 구체적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발표는 다분히 중국이 분리주의자에 대한 소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보고서가 부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한달 앞두고 발표된데에는 미측의 인권 침해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중국의 동참을 요구하면서도 대 테러전을 소수 민족 탄압의 구실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보고서가 ETIM 분쇄 작전이 특정 인종이나 종교단체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폭력과 테러 같은 범죄 활동에 국한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도 이런 지적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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