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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 라이프] 골프는 '양심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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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 라이프] 골프는 '양심과의 대화'

입력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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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신사의 운동이라 한다. 신사란 일반적으로 고상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예의바르고 사려깊은 사람을 말한다. 정직과 품위를 상징하는 말인 것이다. 왜 골프를 신사의 운동이라 하는가.골프는 구기종목 가운데 유일하게심판이 없는 경기이다. 경기중 규칙위반 여부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판단하라는 취지이다.몇 해 전의 일이다. 국내의 어느 골프볼 제조회사에서 새로운 볼을 개발했다. 그런데 그 볼은 초속과 총거리 기준에서 골프규칙의 제한을 벗어난다는 이유로 공인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른 볼에 비해 거리가 많이 났다. 제조회사에선 비거리가 많이 나기때문에 비공인구인 양 선전했다. 그 볼은 불티나게 팔렸다. 왜 그 볼을 사용하느냐고 물으면 거리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골프규칙에 어긋나는 지의 여부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골프를 하면서 룰을 무시하는 골퍼들을 볼 때마다 필자는개인적인 특수한 경험이 기억난다.

1997년 2월,어떤 사람의 변론을 맡았다. 접견한 첫날 “하루 중에 가장 지루한 때를 말해 주면앞으로는 그 시간대에 오겠다”고 했다. 며칠 뒤 오후 4시 무렵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로부터 거의 일년 남짓 필자는 매일 오후 4시 무렵이 되면 서울구치소에 있었다. 그런 연유로 서울구치소를 자주 오고갈 때 보고 느꼈던 이야기이다.

과천에서 안양으로 들어가는 초입이 인덕원 네거리이다. 서울구치소를 가려면 그곳에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판교로 가는 길의 세번째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지점이 서울구치소 입구이다.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려면 그 곳에서 다시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한다. 그런데 좌회전 신호가 무척 짧다. 그래서인지 그 곳에서는 운전자들이 신호위반을 자주 한다.

어쩌다 맨 앞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있노라면, 뒷차에서 경음기를 마구 눌러댔다. 신호위반을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범법자를 면회하러가는 이들이다. 법을 지키지 않아 구속되어 있는 사람을 바로 곁에 두고도 교통신호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필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법은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자 해서 탄생한다.그 때문에 법을 고수하게 되면 어떤 사람에게는 이익이 되고, 다른이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법치주의의 한계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법의 본질적 한계를 인정하지않으려는 경향이 많다. 즉, 어떤 법의 적용이 자기에게 손해가 될 것 같으면 악법이라고 치부하고 준법을 거부한다. 그 싹은 생활 속의 평범한 규칙을 소홀히 하는 버릇에 있다고할 것이다.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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