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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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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절이 명확한 우리나라에는 계절과 관련한 축제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봄이면 꽃축제, 여름에는 바캉스와 관련한 축제, 가을이면 단풍ㆍ억새축제, 겨울이면 눈과 얼음축제가 열립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축제를 만들어 즐길 수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그러나 이런 축제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계절은 분명 변하지만 변하는 시기가 해마다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 개월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고 단체 관광 등 섭외까지 마쳤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꽃 축제 시기까지 끝추위가 길어지면 관광객은 꽃봉오리만 봅니다.

가을이 일찍 깊어져 추위가 빨리 찾아오면 단풍은 피기도 전에 뚝뚝 떨어져 버립니다.

가까운 예로 지난 주 끝난 대관령 눈꽃축제의 절반은 포근한 날씨 때문에 ‘진창축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실망했던 관광객이 이듬해에 또 찾아올까요. 두 번의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축제 관계자들은 개최일자가 하루하루 다가오면 정한수 떠놓고 하늘에 빌고 싶은 심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절이 제멋대로인데 어찌하겠습니까.

그렇다고 하늘에만 처분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차피 사람이 벌이는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계절 축제의 실패는 기상청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중장기 예보에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기상청에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축제를 주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눈치보기도 실패의 한 이유입니다. 같은 주제의 경쟁(?) 축제를 의식하기 때문이죠.

관계자들은 경쟁 축제의 택일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합니다. 그 결과 엉뚱하게 일찌감치 날짜를 잡아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모 아니면 도’ 식의 천편일률적인 축제 내용입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부분의 실패가 아니라 완전한 실패입니다. 주 행사와 주제를 뒷바침해 줄만한차선의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이 ‘꿩 대신 닭이라도 건졌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돌아보면 그런 축제가 꽤 있습니다.

날이 흐려 달이 뜨지 않더라도 오름에 들불을 놓아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제주대보름축제, 꽃이 피지 않더라도 풍성한 먹거리로 여행객을 모으는 봉평메밀꽃축제 등이 좋은 예가 되겠죠.

대관령 눈꽃축제와 달리 이번 주말이 절정인 태백산눈축제는 넉넉한 눈 속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입장이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늘에만 기댄다면 말입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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