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 기술로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3년 전부터 서울시 시설유지보수봉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는 하정용(河正容ㆍ69)씨.눈 뜨면 집을 나서 고아원, 양로원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출동해 세탁기, 냉장고, 부서진 문짝까지 온갖 고장난 물건을 고쳐 주는것이 하씨의 일과다.
1988년 기아자동차에서 만 55세로 정년퇴직하고 중소기업의 기술고문 등으로 일하다 집 안에 들어앉게됐지만 “손자들 재롱이나 보며 소일하기엔 너무 젊다”는 생각에 봉사단에 참여했다. 하씨는 “돈 벌고 자식 공부시키느라 몰랐던 ‘봉사의 행복’을 비로소 느낀다”고 말했다.
은퇴 후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은빛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60대에만 들어서면 ‘비경제활동 인력’으로 전락했던 과거와 달리 백발의 은퇴자들이 현역에서 쌓은 연륜과 지식을 사회와 후손들에게 되돌리고 있는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 안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신도창(申道昌ㆍ59)씨 역시 무역업을 하며쌓은 외국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학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평균수명은 급격히 늘어나 200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전체 인구의 7.2%. 이 추세로 가면 2019년에는 14%, 2026년에는 20%를 넘어서 노령화 사회로 본격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이들을 자원봉사 인력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이 어느때 보다도 높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朱明龍ㆍ56)회장은 “미국의경우 병원, 야간순찰에서부터 초등생 등ㆍ하교 돕기 등 노년층의자원봉사 기회가 열려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봉사하고 싶어도 일거리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퇴직자들을 주축으로 한 봉사모임이 조직화하고 있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는최근 퇴직자를 대상으로 봉사프로그램을 마련, 청소년 상담봉사, 주례 서주기, ‘내집 앞 청소하기’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발족한 한국은퇴자협회 역시 각종 사회복지시설이나 교육시설과 연계해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교육부도 5월부터 전문직 은퇴자들을 대상으로‘금빛 평생교육봉사단’을 조직, 지역주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강사로 활용키로 했다.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 고진광(高鎭光ㆍ47) 사무총장은“미 9ㆍ11 테러 현장에서 퇴직자들이 참사 현장에 나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퇴직 후에도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혜를 발휘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은퇴자협회 (02)6399-3000,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 (02)744-9215,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02)771-3460, 금빛평생교육봉사단 (02)720-3414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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