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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통부의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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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통부의 자승자박

입력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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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화문 KT사옥 13층 정보통신부 기자실.양승택(梁承澤)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정통부의 올해 업무계획이 발표됐다.

그중 국내 정보기술(IT)산업 발전과 경기회복 효과를 높이기 위한 대책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의 8조6,000억원 투자계획을 10조원으로 늘리고, 투자를 상반기에 집중 집행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유도'라는 말이 걸려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를 1조4,000억원이나 늘릴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냐"고 묻자 담당 간부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올해 디지털TV 100만대 보급' 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70만~80만대 판매를 예상한다"고 의문을 제기하자 "20만~30만대를 더 보급하겠다는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대답이다.

국내 정보통신시장, 특히 통신시장에 대한 정보통신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각종규제와 인ㆍ허가권을 가지고 통신사업자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민간기업의 투자를 마음대로 바꾸고 디지털TV보급을 확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활동을 정책목표에 무리하게 짜맞추다보면 정책의 권위는 훼손되고 오히려 정부가 사업자 눈치를 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정통부가 지나치게 업계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난을 자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통부는 이날도 통신사업자들의 반발을 의식, 번호이동성 도입시기 등 업계 현안을 처리한 통신위원회를 업무계획 발표시간에 맞춰 슬며시 개최, 빈축을 샀다.

정통부가 업계에 기울면 기울수록, 소비자들의 권익은 그만큼 외면당하는 것은 아닐까.

황상진 경제부 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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