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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망국적인 음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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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망국적인 음식문화

입력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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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동안 국내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얼마전까지만 해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연간 8조원이나 돼 모두들 걱정하면서도 혹시 잘못된 수치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는데, 어느새 줄기는 커녕7조원이나 늘어났다.

한해 버려지는 음식물이 올해 정부예산의 13%와 맞먹는다니 충격적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경제적 손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음식물이 생산되기까지 엄청난 환경비용이 지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채소와 쌀 그리고 과일 등이 생산되는 과정에는 많은 양의 비료와 농약이 자연에 뿌려지고, 축산물 또한 사육과정에서도 엄청난 폐수가 배출된다.

해산물도 사료를 먹여 키운 것이 대부분이다. 폐수와 쓰레기는 결국 하천 및 토양오염과 녹·적조 등의 원인이 돼 우리의 금수강산을 병들게 한다.

이렇게 고비용을 지불하고 생산한 음식물을 먹지도 않고 그냥 버리다니 안타깝다.

버려진 음식물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매립지에서는 악취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되며, 부패할 때 생기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유발한다.

음식물 속의 소금 성분은 소각장에서의 연소과정에서 맹독성 다이옥신을 만들어 낸다. 다이옥신은 환경재난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논하면서 꼭 짚어야 할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가 한해수입하는 식량은 9조 5,000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 식량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공산품을 만들어 외국에 팔아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도 필연코 산업쓰레기가 발생한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하천오염, 호수 부영양화, 연안 적조현상, 대기오염등 우리와 비슷한 환경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음식물 쓰레기는 분명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환경문제다. 지금 우리는 단군이래 가장 잘 먹는 세대임에 틀림없다.

잘 먹는 것은 분명 축복이고 영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버려야 할 퇴폐문화요, 망국적 문화다.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한 모든 폐기물 관리의 기본 원칙은 3R(Reduce,Reuse, Recycle)이다.

발생량을 줄이고, 재사용 하고, 재활용 하는 것이다.

음식물의 경우 알맞은 식단을 준비하여 쓰레기 양을 줄여야하고, 준비한 음식이 남을 경우 청결히 보관해 나중에 소비해야 한다.

그것도 안될 경우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첫째가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다.

손님이 줄어들기 때문에 밑반찬을 줄이지 못하는 음식점에서부터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음식점까지 각양각색의 상술이 우리의 경제와 환경을 좀먹고 있다.

잘못된 음식문화 때문에 몇 십분 후에는 쓰레기가 될 것을 알면서도 필요이상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강력한 음식물 쓰레기 규제대책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

현재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환경음식점 인증제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정부는 식단을 간소화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데 노력하는 환경음식점에 대해 세금 감면과 포상 등 과감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음식점은 퇴폐음식점으로 분류해 특별소비세와 오염부담금을 높게 부과하고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가급적 식단을 줄이고, 외식 때는 남긴 음식을 되가져오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21세기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 일류 국가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것이다.

세계 일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는 최우선 해야 할 과제다.

박석순 이화여대교수 환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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