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을 낸 남편을 대신해 온갖 간난 끝에 피해 변상금 의무를 이행한 시골 할머니가 지난해 세밑 메마른 우리 가슴을 흥건히 적셔 주었다.강원도 홍천군에 사는 촌부 용 간난 할머니가 날품팔이 수입을 모아 123만원의 변상금을 20여년간 분할 완납한 것이다.
그 이야기에서 우리는 털끝만한 양심의 가책도 용납하지 못하는 정직한 인간상의 전형을 보았다.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500여만원의 성금이 들어오자, 용 할머니는 그 돈으로 평생의 꿈인 칼국수집을 차렸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메마른 우리 영혼에 큰 위안인데, 용 할머니는 또 우리를 감동시킨다.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남을 속이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개업포부가 그 것이다.
이 풍진 세상에 솟아오르는 한 가닥 희망의 샘물이다.
23년 전 하찮은 부주의로 산불을 낸 심메마니에게 부과된 피해 변상금은 큰 돈이었다.
그것을 갚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용 할머니는 낮에는 남의 농사일, 밤에는 음식점 허드렛일 품을 팔아 꼬박꼬박 돈을 갚아왔다.
그런 간난신고 속에서도 4남매 자식들을 번듯이 키웠으니 이런 성실과 억척이 또 있을까 싶다.
남편이 진 죄를 덮어쓸 이유도 없건만, 대신 갚아달라는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니 그렇게 순박할 수가 있을까.
그 소식을 전한 신문기사의 제목은 '용 할머니 칼국수집 사장 됐다'였다.
사는 집에 500만원을 들여 차린 가게 주인을 사장이라 분식한 것은 어울리지 않지만, 이제 용 할머니의 고생이 끝났다는 것이 읽는 이들의 기쁨이다.
마땅히 내야 할 벌금도 내지않고 호의호식하는 지도층 인사가 많은 시대에, 용 할머니 이야기는 희망의 등불이 꺼지지 않은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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