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로빈스가 ‘쇼생크 탈출’을 찍었을 때가 36세.땅을 파서 탈출에 성공하는 역할이 꽤나 어울렸다.
감옥 영화 ‘라스트 캐슬(The Last Castle)’의 주인공은 로버트 레드포드.
지난해 촬영했으니 1937년 생인 그의 나이 64세 때다. ‘탈출’을 꿈꾸기엔 너무 나이가 든 것은 아닐까.
‘라스트 캐슬’은 핸디캡을 강점으로 부각하는데 집중했다.
미국 군인들의 전설이었던 어윈 장군(로버트 레드포드)이 죄수가 되는 설정을 통해 ‘카리스마’ 연기가 어떤 것인지를, 연기관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그의 명성에 주눅든 교도소장 윈터(제임스 갠돌피니)와의 성격 대결은 팔팔한 젊음이 없이도 영화가 꽤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군형무소인 트루먼 교도소에 중장 어윈(로버트 레드포드)이 수감된다.
교도소장 윈터 대령은 어윈의 카리스마를 누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소장이 사고를 가장한 살인으로 죄수를 다스리는 것을 목격한 어윈은 죄수들을 규합해 폭동을 준비한다.
자신을 두고 “무기는 상대방을 죽이는 쇠붙이에 불과하다.” “실전 경험이 없는 것들이나 유품을 모은다”는 말을 들은 윈터의 심리적 변화는 영화의 긴장감을 부풀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엄청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어윈에 대한 두려움과 그럼에도 어윈은 자신의 통제 하에 있는 ‘죄수’에 불과하다는 자신감, 두 극단의 감정이 교차하는 비열한 윈터의 내면 연기는 압권.
특히 덩치는 크지만 겁과 비열함이 잔뜩 숨어 있는 제임스 갠돌피니의 표정에서 이 영화가 ‘두 남자’의 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아버지의 상관이었던 어윈이 감옥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할 것인가’을 놓고 담배 내기를 벌이는 예이츠(마크 러팔로)는 시니컬하면서도 ‘미국식 영웅’으로 탄생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폭동장면은 ‘액션’ 영화의 재미를 더하지만 미국 국기를 걸어두고 맹세를 하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갑자기 시시해진다.
이런 맹목적 애국주의만 없었다면 영화가 얼마나 더 재미있었을까.
감독은 ‘콘텐더’의 로드 루리.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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