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석 달 전 어린이집을 그만 둔 주연(6)군의 선생님은 엄마 박은주(44ㆍ서울 안암동)씨다.
취업이민을 준비하면서 직장을 그만 둔 순간에도 박씨는 ‘전업주부’가 될 수 없었다. 주연이만을 위한‘24시간 선생님’이다.
유아교육 전문가가 아닌 박씨가 애용하는 교재는 EBS의 ‘방귀대장 뿡뿡이’ ‘쓱쓱싹싹 그려요’ ‘바나나를 탄 끼끼’ ‘요리조리 팡팡’ ‘트위니스’, AFKN의 ‘세서미스트리트’등의 방송프로그램이다.
한글학습지를 싫어해서 방문교사에게 단어카드를 집어던지기도 하던 주연이도 ‘바나나를 탄 끼끼’를 보면서 엄마 박씨와 함께 하는 한글 공부시간은 즐거워한다.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박씨는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가르친다.
‘고마운 물건’이라는 주제의 방송분에서 나온 단어는 텔레비전, 전화, 냉장고뿐.
박씨는 주연이의 부엌놀잇감을 꺼내 TV, 전화, 냉장고 외에도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오븐 등에 한글과 영어 글자를 쓴 카드를 붙였고, 주연이는 오븐에 햄버거를 구우며 부엌놀이를 했다.
신문과 전단지에서 TV 등 가전제품의 사진을 찾아 오려서 스케치북에 붙이고 다시 한글과 영어로 글자를 쓰는 것으로 박씨와 주연이의 한글 공부는 마무리됐다.
“주제와 관련 있는 단어들을 몇 개덧붙이죠. 그리고 주연이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글자카드를 만들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요.”
종이카드에 검은색으로 글자를 쓰는 것은 기본이고, 모루로 글자를 써주거나 같이 만들어보고,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자를 찾아보기도 한다.
아직 쓰기 공부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주연이도 글자를 대충 알아보는 것 같다고 한다.
TV나 비디오는 주연이에게 가장 낯익은 교재이기도 하다.
“3개월 때부터 놀이방에 맡겼죠. 3세 이전에는 정규프로그램이 없다보니까 주로 TV나 비디오를 많이 보았더군요. 주연이도 공부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논다는 기분인 것 같고요.”
주연이가 동화책을 읽게 된 것도 TV프로그램 ‘오렌지 동화 나라’를 통해서다.
“TV에서 본 동화부터 차근차근 시작했어요. 이제는 잠들기 전에 꼭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할 정도로 주연이가 동화책을 좋아하게 됐어요.”
주연이가 네 살 때인 2000년 가을 ‘방귀대장 뿡뿡이’가 방송되면서 박씨는 TV프로그램 따라하기를 시작했다.
EBS를 습관처럼 틀어놓았고 아침과 점심 때 테이프를 갈아끼우며 녹화했다.
또 녹화테이프들은 프로그램별로 분류해 주연이가 쉽게 꺼내서 볼 수 있도록 주연이의 손이 닿는 곳에 두었다.
인터넷 VOD도 많이 활용해 주연이가 직접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방귀대장 뿡뿡이’를 틀어놓고 그대로 따라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인터넷홈페이지 ‘아기야 노올자’(www.0to6.net)에 따라하기 내용을 정리하고 이것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주제가 비슷한 다른 프로그램에도 활용하게 됐다.
‘바나나를 탄 끼끼’를 보다가 연못놀이를 하게 되면, 두 돌 때 만든 종이연못을 꺼내그 위에서 풍덩거리고 ‘트위니스’를 보면서 만든 물풀, 게, 불가사리 등을 꺼내서 다시 한번 반복하는 식이다.
혹시라도 주먹구구식으로 하루를 보내게될까 봐 박씨는 놀이일기를 자세히 쓴다.
언어, 과학, 수, 신체, 현장 등으로 영역을 구분해서, 하루 단위와 일주일 단위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를 점검한다.
“주연이와 함께 인사동이나 대학로도 함께 나가죠. 요즘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집이 흔한가요?”
/문향란기자 iami@hk.co.kr
■영어
고액 영어 과외가 논란이 될 때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인터넷 영어 교육이다.
영상, 음향, 놀이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가 결합된 인터넷으로 영어 공부를 시키면 사설학원 수강이나 해외연수 못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영어 사이트의 월 수강료는 1만~3만 원 수준이며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그렇지만 막상 인터넷으로 영어 교육을 하는 주부들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학원에 다니는 것과 달리 규칙적인 학습이 어렵고, 같이 공부하는 또래가 없어 아이가 자칫 흥미를 잃기 쉽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해 아이의 영어실력을 쑥쑥 늘리는 요령을 알아본다.
‘장우야, 영어가 쉽니, 한글이 쉽니?’의 저자 박은정(36) 주부, 어린이 영어사이트 쑥쑥(www.suksuk.co.kr)의 이선재(33) 강사가 도움말을 주었다.
▲주부 동호회 활용하기
인터넷 영어 교육을 시작하려는 주부들은 포털 검색창에 ‘어린이 영어사이트’를 치면 뜨는 수백개의 방대한 사이트에 먼저 놀라게 된다.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땐 주부들이 자녀의 영어 교육을 주제로 만든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해 보자.
이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이트를 판별하는 안목이 길러진다. 주부 동호회는 사이버 공간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기로 유명하다.
마음에 드는 사이트 목록을 작성해 컨텐츠가 업데이트되고 있는지, 외국어 학습의 4대 기능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총체적으로 구성됐는지를 확인한다.
각각의 사이트에 e메일로 질문을 보낸 후 답장을 비교하면 수준이나 충실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된다.
맛보기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후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돈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참여하기
인터넷은개별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만큼 아이가 동기 부여와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못하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마음에 드는사이트가 있다면 아이와 함께 접속해 “어머, 이런 영어 사이트가 있네. 우리 한번 같이 해 볼까?”하고 흥미를 유도한다.
집에서 이뤄지는 인터넷 영어학습은 중도에 그만 두기 쉽다. 기왕이면 출석을 체크하는 사이트에 가입해 아이와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함께 공부한다.
3~6세 아이는 엄마가 옆에 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학습 이해도가 높아진다. 인터넷 화면에 간지럼을 태우는 장면이 나오면 실제로 간지럼을 태우면서 “tickle?(간지럽지?)” 해 본다.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라면 직접적인 간섭보다는 평소대화를 통해 학습 이해도를 살핀다.
▲온ㆍ오프라인을 병행해야
인터넷만으로 아이의 영어 교육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는 어렵다.
책, 비디오, CD 등의 교재를 병행해야 아이의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인터넷에 하루에 1시간 이상 매달려 있지 않도록 하고 매일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좋다. 주부가 인터넷을 모르면 아이가 공부하지 않고 게임 중독에 빠져있더라도 눈치채기 어렵다.
컴퓨터ㆍ인터넷 활용법을 아는 것은 기본이고 인터넷 영어 학습에 필요한 아크로벳리더, 미디어플레이어 정도는 무료로 다운받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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