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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환경보다 개발이익' 안될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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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환경보다 개발이익' 안될말

입력
2002.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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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지속적인 소득증가라는 경제성장의 양적성과를 성취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모든 이가 사람답게 살 수있는 쾌적한 환경을만드는 일에는 실패하였다.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만큼 더러운 공기, 마음놓고 마시지도 못할 만큼 오염된 물, 최소한의 고요함도 허용하지 않는 소음속에서 살아야 하는 자연환경의 조악함을 놓고볼 때 어찌 사람답게 사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먹거리의 오염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원인이다.

일상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가 농약과비료와 항생제 등생명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물질을 다량함유하고 있는데도 이를 개선하지 못하니 문제이다.

근래에 암과 고혈압과 당뇨등 난치병 환자와 불임과 불구아동출산 등 환경호르몬관련 이상징후가 급증하는 데에서 먹거리의 오염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중에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곳은 이제 전국의 산과 계곡, 강과 호수, 농촌과 산촌과 어촌, 바다와 섬 그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렵다.

더욱이 근래에 들어와 빈번하게 행해지는 계획성 없는 개발행위는 국토의 파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기반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산과 논밭을 마구 파헤친 자리에 빽빽하게 지어대는 고층아파트, 차량통행이 번잡한 도로변이면 으레 꼬리를 물고 들어서는 음식점과 러브호텔, 산지와 농지와 간척지에 무작정들어서는 공장과 유통시설과 농업시설로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다.

환경파괴현상을 줄이려면 오염배출행위로부터 이득을 얻는 당사자에게 공해로 인한 비용을 귀속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염배출행위를 스스로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극단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공장폐수를 그 회사의 사장이나 종업원의 음료수로 쓰도록 한다면 마시기에 부적합한 폐수를 배출하는 행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먹거리마다 그것을 생산한 자의 가족이 일정한 기간 소비한 다음에 판매하도록 허용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그런 방법을 쓰기는 힘들므로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스스로 공해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거나 공해처리시설을 운영함으로써 배출된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작업을 병행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이 본래부터 상충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병행해서 추진할 수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난개발현상은 토지이용행위가 갖게 마련인 공공성을 고려에 넣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자기 땅에 지은 건물이라 해도 그것이 주는 영향은 여러 사람에게 미친다.

예를들어 청정 전원마을에 사유지라 해서 공장을 짓는다면 그로 인한 대기와 수질오염 그리고 소음은 마을주민 전체에게 피해를 준다.

그러므로 사유지라해서 여기 저기에 보기싫은 건물이 중구난방으로 들어서게 허용하지 말고 주거지구 상업지구 공업지구 등을 지정하여 그안에서만 건축행위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반시설 건설비용도 적게 먹히고 오염물질배출량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공장이나 러브호텔과 같은 혐오시설이 주택가에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산지와 녹지와 농지의 보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난개발현상이 특히 심화된 것이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한 이후임에 주목해야 한다.

개발이익에 눈먼 지자체들이 사전준비 없이 마구잡이식 개발에 나섰기 때문에 난개발이 전국적으로 횡행하게 되었다.

무계획적으로 개발된 용인시 서북부의 난삽한 주거환경과 계획도시 분당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비교해 보라.

이제라도 토지이용에 관한 규제와 조정의 권한을 중앙정부로 환원해서 지역이기심을 넘어선 환경친화적 토지이용을 도모함이 옳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조성에 도움이된다면 주민자치의 권한을 조금은 희생해도 무방할것이다.

/이지순ㆍ서울대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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