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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경제 感은 좋지만…

입력
2002.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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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감(感)은 좋다.경제 전망을 감으로 해서야 안되지만, 현재로선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작년 이맘때 찌뿌듯한 기상과 비교해 보면 지금 우리 경제는 한결 가뿐해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지표'를무시할 수 없다.

기술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각종 경제 수치들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항상 그렇듯이 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으나, 지표는 그 자체로 현재와 미래를 말해주는 가장 중립적 거울이다.

최근 증권과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도 1년 전과 비교해 괄목할 변화다.

이것은 여러 부작용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경제의 역동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역동성 결핍이 '거품'만큼이나 해로운 독이라는 사실은 장기 침체수렁의 일본경제에서 보고 있다.

이제 와서 경기의 반등요인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 원인이 저금리에있든, 공적자금에 있든, 절반의 구조개혁이든, 균형재정을 희생시킨 경기부양책에 있든, 이제는 모두가 엎질러진 물이다.

그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작용-반작용한 결과, 우리 경제가 현 시점에 와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반전의 기운을 여하히 확고한 터닝포인트로 낚아 채느냐에 있다.

아마도 지난 수년간 정신없이 온탕-냉탕을 오갔던 우리 경제는 이제 비로소 환란의 긴 충격파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를 찾아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그 점에서 올해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우리 경제는 많은 도전을 안고 있다. 중국경제의 팽창, 미국의 대테러전확대 가능성, 일본 엔저(低) 위협, 유로의 본격 발진, WTO 뉴라운드협상 개시 등등.

그러나 사실 이런 것들은 형태만 다를 뿐 경제전쟁의 세계에는언제나 깔려있는 본질적 상수(常數)다.

결국 관건은 우리 내부에 있다.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사는’ 원리는 경제에도 마찬가지다.

외풍을 중화해야 할 내력(內力)이 거꾸로 외부와 핵융합을 일으킬 때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법이다. 1997년 환란 발발이 바로 그랬다. 올해 우리 경제가 바로 그러한 '선거의 해'를맞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대놓고 잡아먹는 위험한 시기인 것이다.

월드컵 행사까지 겹쳐 양대 선거 바람이 몰아칠 때 정책이 어떤 파행을 일으킬지, 정말 두려운 일이다.

환란과 벤처게이트들이 모두 선거의 해에 야기됐다. 그러나 국민들은 감쪽같이 속고 있었다.

설마 외환국고가 비어있을 리야, 벤처 열풍에 정ㆍ관 커넥션이 작용하고 있을 리야…. 구조개혁 드라이브도 그 때 멈췄다.

선거의 해에 정치논리의 발호와 재계 노동계 등 이익집단의 총공세는 그것이 진보든 보수든 기존 정책의 맥을 깨뜨려서 문제다.

더욱이 지금은 여소야대 하에 '권력'의 리더십마저 실종된 공황 정국이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여기서 비롯되는 정책의 불투명과 불확실성이다.

그나마 개혁이라고 해온 것들이 쑥대밭이 되는 모습, 경제정책을 선거도구화하려는 정치판의 발악은 이미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선거 역시 쳇바퀴처럼 돌아오는 국가 행사이지만, 이것이 대단히 미묘한 경제국면에 걸려 있어 걱정이다.

이번에는 '경기' 차원이 아니라 도약이냐 좌절이냐 하는 '경제'의 중장기 진로자체를 헝클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이를 인정한다면 이번에는 뭔가 특단의 태도를 보여야 마땅하다.

관리들이 아무리 '정도(正道) 정책'을 떠들어도 결국 립서비스가 될 수 밖에 없음은 선거가 없는 해에도 확인되는 일이다.

'정치의 경제 불가촉 선언'이라도 나와야 한다.

아니면 최근 검찰총수 인사처럼 경제팀도 외풍에 강인한 중립적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우리 경제는 좋은 감을 갖고 출발하지만 정책은 뒤죽박죽, 기업은 우왕좌왕해 결국 '좌양좌' '우양우' 또는 '뒤로 돌아'가 될 것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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