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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난타 / 대치동 엄마들 "요즘은 개천에서 龍날수 없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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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난타 / 대치동 엄마들 "요즘은 개천에서 龍날수 없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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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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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엄마들’. 언제부터인가 이 말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극성 어머니들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몇 년 사이에 각종 학원이 몰려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아이들이 보통 2, 3개 이상의 학원을 다닌다.

어머니들도 아이가 갈 학원을 고르고 하루종일 운전기사 노릇에 이른바 명문 학원에 아이를 넣기 위해 새벽같이 줄도 선다.

한 달에 사교육비로 수백만 원을 쓰고 초등학생 때부터 대여섯 개 이상 학원에 보내는 집도 있다고 한다.

학군이 좋고 학원이 많은 때문인지 “대치동으로 이사만 가면 하면 좋은 대학에 보낼 수있다”고 믿는 사람들까지 적지 않다.

그래서 1시간이 넘는 거리에서도 이곳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동네 집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런데, 정작 대치동 엄마들 자신은 대치동을 둘러싼 최근의 여론과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치동에 사는 주부 3명과 분당으로 이사간 후에도 대치동 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어머니가 모였다.

그 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이들의 이야기는 3시간을 넘겼다.

-요즘 매스컴에서 연일 대치동과 사교육 얘기가 끊이지 않네요. 그런데 대치동사는 내 눈에는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부 있기는 있죠. 50만 원짜리 초등학생 영어 인텐시브 코스 다니는 애도 봤어요. 하지만 마치 모든 대치동 엄마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죠. 진짜 문제는 학원이 아니라 고액 과외하는 사람들이 아닌가요?

-맞아요. 대치동 붐은 대치동 사람들보다는 외부인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중학교 다니는 아이 말로는 분당의 고교가 평준화되면서 지난 연말에 무려 30여 명이 전학을 왔대요. 셔틀 버스가 있는 대형 학원에는 서초구 같은 강남은 물론 분당, 목동, 강북에서 몰려오는 아이들이 많아요. 고교 평준화 이후 여기 처음부터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없는 살림을 쪼개 애들 학원보내는 건데 말이에요. 대치동이 학원이 많아서 금액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요. 저도 미장원 갈 것 안 가고, 옷 안 사 입고 그 돈으로 두 아이 학원보내고 있어요.

-그래도 사교육비가 부담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저는 큰 애가 중학교에 올라가게 돼 처음 겨울방학 특강이라는 것을 시켜보았는데 62만 원이나 하더라구요. 처음으로 두 애(초등 6년, 중학 1년) 사교육비가 월 200만 원을 넘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암담하네요.

-그때는 그래도 나은 거예요. 나는 큰 애 재수시키고 이번에 또 고3짜리 있는데 애들이 크면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요. 겨울방학 입시 특강은 10주에 180만 원이나 목돈이 들어가지요, 입시 직전의 논술 과외는 몰아서 하니까 짧아도 100만 원이나 해요. 나는 아예 계산을 안 한다니까요. 저금은 물론 생각도 못하죠. 힘들어요.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학원을 안 보낼 수는 없어요. 요즘은 학교에서는 내신공부만 하고 학원에서는 수능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독선생을 붙일 만한 형편이 안 되니 학원이 오히려 고맙기도 해요. 학교와 비교해도 최신 기출문제를 많이 갖고 있고 가르치는 사람도 열의나 실력 면에서 더 나을 때가 많아요. 그리고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못 보게 하니 우리 아이의 전국 석차를 알기위해서는 학원에 돈을 내고서라도 시험을 봐야지요.

-그건 다른 지역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대치동이 차이가 있다면 학원이 많고 전반적으로 교육열이 높다는 거지요. 물론 소득 수준도 평균 이상이겠지만, 더 잘 산다는 압구정동이나 동부이촌동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잖아요.거기는 조기 해외유학도 많이 보내고 고액과외도 많은데요. ‘사치’ 라는 이유라면, 그 쪽이 더 문제죠.

-흔히들 대학 나온 전업주부들이 과열 과외를 부추긴다고들 말하지만. 글쎄요. 전업 주부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직장 있는 엄마들은 오히려 ‘고액’ 과외로 시간을 때우려 하는 경우도 많아요.

-정말 분위기와 환경이 중요해요. 여기는 어찌되었든 아이들 대학 가기에 좋잖아요. 계속 살겠다고 생각하니 집 값이 오른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더라구요. 대치동 부동산 오른다고 욕하는 사람들, 그 중에는 집값이 떨어지면 이사 오겠다는 심리를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고 봐요.

-밖에서 보기에는 싫다는 애들을 엄마들이 억지로 손 잡아 끌고 학원 다니게 하는줄 알지만 안 그래요. 경쟁의식이나 공부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애들 사이에서 어디가 좋다더라 소문이 나면 거기를 다니고 싶어하지요. 우리 애도 불안한지 자기가 먼저 과학 학원 보내달라고 하더라구요.

-맞아요. 요즘 애들이 머리 굵어지면 어디 엄마 시키는대로 하나요. 저는 엄마들이 사정하면서 학원에 보낼 필요는 없다고 봐요.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지만, 가기 싫으면 말라고 하지요.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고 해도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애들 때문에 무조건 희생할 필요도 없어요. 못 배우고 못 가져서 자식에게 모든걸 건다는 건 옛날 얘기잖아요. 대치동 부모 중에는 자신이 인생에서 어느 정도 성취한 것을 자기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마음이 많다고나 할까. 더러 명문대 나와 봤자 월급쟁이밖에 더 되느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지 하는 ‘간 큰’ 부모도 봐요. 나도 지금은 뒷바라지를 열심히 하긴 하지만, 남편과 언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더 늙기 전에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두자고 쓴웃음 짓곤 해요.

-사실 애들도 불쌍하죠. 우리 때만 해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한두 과목 과외를 할까말까 했었는데, 요즘은 국영수는 기본이고 능력과 여력이 되면 과학이나 사회 중 하나씩은 하니까요. 게다가 방학에도 놀지 못하고 경시대회다 뭐다 옆에서 보기에도 힘들어요. 늘 학원에 다녀야 하니까 시간이 남으면 오히려 불안해 하더라구요.

-대치동이 가장 과열되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피해자는 엄마와 아이들이라는 생각이들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치동에 학원이 그렇게 많지 않았잖아요. 사탐(사회탐구), 과탐(과학탐구) 같은 복합적인 과목은 물론이고 논술, 심층면접 같은 지금의 제도에서는 어떻게 해요. 학원을 보내고 안 보내고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데요. 요즘은 개천에서 용날 수가 없다니까요. 결국내 아이를 위해 투자하는 거지요.

-만일, 입시 제도가 그처럼 자주 뒤집어지지 않고 공교육인 학교가 아이들과 엄마들의 요구에 빠르고 충실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사교육의 비중이 커지지 않았겠죠?

-그럼요. 2005학년도부터 입시 과목을 줄이겠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지만, 엄마들은 그거 잘 안 믿어요. 또 언제 갑자기 과목이 늘어날지 모르는데 다 해둬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의 공통된 의견은 이거군요. 공교육을 살려 돈도 아끼고 애들도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어때요? 아마 다른 동네 엄마들의 바람과도 똑같지 않을까요?

▼참석자(가명)

윤희숙(42·강남구 대치동·고3,중3 자녀) 정효순(40·강남구 대치동·중3,중1 자녀) 성영미(39·강남구 대치동·중1,초6 자녀) 김순미(46·성남시 분당구·대1,고3,중3 자녀)

대치동에서 레스토랑에서 만난 ‘대치동 엄마들’. 혹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면서 “절대 얼굴을 노출시키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학원강사가 본 대치동

방학이 되자 지방에서 ‘원정’ 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예비 고1과 예비 고3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지방’이란 팔도를 가리지 않는다.

친척집이 근처에 있어서 숙식을 해결하는 학생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고 심지어는 인근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식당에서 월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서나 일원, 개포동 등 주변의 학생들은 대치동으로 몰리고 강남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분당이나 수지 등지에서 '원정'오는 경우도 많다.

어떤 어머니는 집이 죽전인데,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일부러 대치동에 집을 하나 더 마련했다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선행 학습’이다. 수학을 예로 들면 중학교 3년의 경우 대부분고교 1학년 수학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심지어 중학교 2학년생이 공통수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선행 학습을 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는 ‘강박’을 학원이 심어주는 경향도 있다고 ‘자백’한다.

요즘 어머니들은 학생들 수업을 꼼꼼히 다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어머니들은 아이들보다 교과과정을 더 잘 아시는 분도 있다.

"우리 애(고3)는 집에서 때려서 키웠는데 학원 보냈더니 요즘 통 공부를 안 하는 것 같다. 때려서라도 애들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지난 시험에서 우리 애는 몇 점을 맞았느냐? 평균은 몇 점인가? 옆에 있는 누구는 몇 점을 맞았느냐?" 등등.

사회나 과학과목의 경우 어머니들 몇 분이 같이 유명강사를 섭외하고 학원 강의실을 빌리는 형식으로 하기도 하는데 “그 정도는 해 줘야 한다”는 게 어머니들의 생각이다.

국어·논술, 영어, 수학, 과학탐구, 사회탐구 등 다섯 과목을 수강하고 아침에 나와 밤 11시, 12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애들도 있다.

고등학생이면 이제 클 만큼 컸다고 생각하는데, 부모나 학원선생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학생은 '이상하고 불쌍한 아이'가 되어버린다.

오래 전부터나는 내 아이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사 생활을 하면서 이제 “과연 내 소박한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빠졌다.

<대치동 학원에서 1년8개월째 강사를 하고 있는 김모(28)씨>

/정리 박은주기자 jupe@hk.co.kr 김지영기자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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